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디폴트(부도) 직전 단계로 강등했다. 일부 국채 이자를 달러가 아닌 자국 통화 루블화로 지급한 러시아에 ‘채무 상환 의지가 없다’고 본 것이다.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이 점차 짙어지고 있다.
9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S&P가 최근 러시아 신용등급을 기존 ‘CC’에서 선택적 디폴트(SD)’로 낮췄다고 전했다. SD 등급은 디폴트 직전 단계로 국가 채무 중 일부를 갚지 못했을 때 적용된다. S&P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월부터 현재까지 러시아 신용등급을 ‘BBB-’에서 잇따라 낮춰왔다.
S&P는 러시아의 채무 상환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며 등급 강등을 단행했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4일 만기 도래한 총 6억 달러 규모의 달러 표시 국채 이자를 약속된 달러가 아닌 루블화로 지급했다. 이에 대해 S&P는 “만기일 이후 총 30일의 유예기간이 지나 러시아가 달러로 이자를 다시 지급할지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러시아가 달러로 채무를 상환하려 해도 서방의 제재로 이 역시 차단된 상태다. 실제로 미 재무부는 자국 은행인 JP모건을 통한 러시아 정부의 국채 원금·이자 지급을 불허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실탄’인 외환보유액 역시 점점 바닥을 보이고 있다. 영국 정부는 총 6040억 달러 규모의 러시아 보유외환 가운데 60% 이상이 서방의 제재로 동결됐다고 보고 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도 최근 러시아에 대한 신규 투자 전면 금지 등을 담은 ‘패키지’ 추가 제재를 발표하며 “러시아는 새로운 수입을 창출하거나 달러 보유액이 고갈돼 디폴트에 이르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인 바 있다.
로이터는 “러시아가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100년 만에 국제적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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