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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칼럼]미국의 新바세나르 체제 대비해야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우방 '러 제재' 동참에 자신감 얻은 美

단순 수출통제 넘어서는 치명타 위해

러 제외한 새 국제협약 모색할 가능성

韓도 급변하는 통상질서에 발 맞춰야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9년 미국은 구소련을 정점으로 하는 공산권 국가에 대한 다자간 전략물자 수출을 통제하는 체제, 일명 코콤(COCOM) 설립을 주도했다. 코콤은 냉전시대 구소련 세력의 확산을 막는 봉쇄정책의 일환이었다.

1990년대 들어 소련이 해체되면서 코콤의 위상이 애매해졌다. 국제사회는 수출통제 대상을 분쟁 지역과 테러 지원국으로 변경하고, 재래식무기 및 무기 제조용 전략물자의 수출을 통제하는 바세나르협략, 핵공급 그룹,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 및 오스트리아그룹(생화학무기) 등 4대 다자간 수출통제 체제를 형성하게 됐다.

탈냉전 시대에 각국은 공급망 확충에 열중한 반면 수출통제 준수에 대해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하면서 미국은 수출통제를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막는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수출통제는 중국을 견제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채택됐다. 2018년에는 수출통제개혁법(ECRA)을 제정, 대통령이 경제안보를 명분으로 폭넓은 수출통제 조치를 발동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우방국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이기주의와 안보 논리를 수용하기 어려웠고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긴밀하게 유지할 필요가 컸다. 미국의 강력한 수출통제 체제 운영에 우방국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고, 유럽연합(EU)은 미국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부과한 경제 제재에 우방국이 대거 참여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미국은 러시아에 부과한 수출통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배제, 러시아의 해외 보유 외환 동결, 최혜국대우(MFN) 박탈 등 역대급 고강도 경제 제재를 발동했다. 우방국들은 경제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도 대러시아 경제 제재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결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우방국이 미국식 수출통제를 국제적으로 수용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미국은 바세나르 체제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지만 구속력이 없는 협의체 성격의 조직에서 빠른 기술 발전과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글로벌 안보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독자적인 개선안을 관철시키기 어려웠다. 이는 미국이 수출통제에 대한 국내법을 강화시켜 온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제정된 ECRA는 국제통상법과 충돌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 이번 러시아에 대한 수출통제는 현 바세나르 수출통제를 훨씬 초과하고 있다.

러시아가 바세나르 회원국이므로 현 체제를 변경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미국은 우방국 중심으로 새로운 기구를 출범시켜 단순 수출통제를 넘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패키지와 같이 타깃 국가에 실질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형태로 신바세나르 체제를 구축하고자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 전략물자와 이중 용도 물품 외에 미국이 수출통제하려고 하는 신흥 기술 및 기반 기술과 경제안보 효과를 높이기 위해 역외 적용, 금융 제재 등을 포함하면서 우방국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당근도 제시될 것이다. 이번 대러시아 경제 제재에 참여한 우방국에 미국은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승인 절차를 면제시켜 무역상의 불편을 줄여주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 부각된 후 세계무역기구(WTO)의 위상과 역할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미국의 국내 규범에 더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 경제 제재에 대한 우방국의 단합된 분위기를 새로운 국제통상 질서 구축 기회로 활용할 것이다. 향후 미국은 신바세나르 체제를 통해 경제안보 및 글로벌 안보 환경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구속력 있는 규범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글로벌 통상 환경에서 우리나라를 이끌 윤석열 정부의 통상당국은 최근 미국의 수출통제 체제를 면밀히 분석해 선진 통상 국가로서의 위상을 바로 세우고 경제안보를 튼튼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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