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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정점 희망 이르다…물가하락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릴 것”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1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여줬습니다. 장초반에는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8.5% 급등했음에도 상승세가 이제 정점에 달한 것 아니냐는 기대감에 나스닥이 한때 2%가량 급등했는데요. 미 경제 방송 CNBC의 간판 앵커 짐 크레이머는 “아마도 인플레이션이 피크가 아닐까해서 나온 안도 랠리(relief rally)”라며 “마지막 최악의 숫자일 수 있다. 원자재 부분이 더 오를 수 있지만 중고차는 내렸고 나쁘지 않다”고 짚었습니다.

하지만 오후 들어 상황이 달라졌는데요. 인플레이션 정점을 논하기 이르다는 분석과 함께 내려가더라도 아주 천천히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아지면서 결국 하락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0.30%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34%, -0.26%를 기록했는데요. CPI 발표 이후 연 2.67%까지 내려갔던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도 2.7% 위로 상승했습니다.

오늘은 월가에서 왜 처음에 3월 CPI에 희망을 품었는지와 앞으로의 물가 전망을 집중적으로 전해드리겠습니다.

“근원 CPI 전월 대비 0.3% 상승 그쳐…국제유가 하락에 휘발유도 내림세”


당초 월가가 3월 CPI가 긍정적이라고 본 부분은 크게 ①근원 CPI 전월 대비 0.3% 전망치(0.5%) 하회 ②중고차 가격 -3.8% 하락 ③휘발유값 3월 피크 뒤 하락세 ④예상을 크게 웃돈 항목 없어 안도 ⑤종합적으로 볼 때 인플레 정점 도달 가능성 등인데요. 앤드류 헌터 캐피털 이코노믹스 선임 US 이코노미스트는 “3월 CPI 보고서에서 큰 소식은 근원 물가 압력이 마침내 완화하기 시작한다고 보이는 점”이라며 “인플레이션은 3월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믿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근원 CPI는 물가항목 가운데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량 등을 뺀 것인데요. 근원 CPI는 지난해 9월 전월 대비 0.3%를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0.5~0.6%의 상승세를 보여왔습니다. 2월에도 0.5%였죠. 그랬던 것이 이번에 0.3%로 낮아졌고 월가의 추정치(0.5%)도 밑돌았습니다. 전월 대비 숫자는 최근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좋은데 전달보다 증가폭이 계속해서 줄어들면 앞으로 상승세가 약해지고 더 나아가 감소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품게 하는데요.

CPI 추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통화정책을 할 때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를 보는데, CPI와 PCE의 추세가 비슷합니다. 근원 항목도 그렇죠. 월가가 희망을 갖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추가로 한동안 애를 먹였던 중고차 가격도 전월 대비 3.8% 내렸습니다.

휘발유는 3월에 전월 대비 18.3%, 전년과 비교하면 48%나 폭등했지만 그래서 거꾸로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3월 초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휘발유값도 덩달아 뛰었는데요. 3월11일에는 미국 전국 평균 가격이 갤런당 4.33달러까지 올랐습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휘발유값 인상이 3월 인플레 상승폭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뒤집어 보면 휘발유 가격이 떨어지면 물가 상승세가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죠.

실제 중국 상하이 락다운(폐쇄)에 따른 수요 우려에 국제유가가 90달러대로 내려왔었습니다. 휘발유값도 이날 4.09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는데요.

이날 다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100달러를 돌파했지만 한동안 유가가 하락한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물가상승폭이 3월보다는 둔화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이런 계산이 나오는 겁니다. EY 파르테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그레고리 다코는 “3월에 휘발유 가격이 폭등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3월이) 정점이거나 그 언저리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 같다”고 전했는데요. 오안다의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 크레이그 에를람도 “3월 보고서에서 예상보다 상당히 더 높게 나온 수치가 적었다”며 "이것이 아마도 시장에 인플레이션이 안정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우크라 전쟁 등 해결된 것 없어 최소 몇 달 더 지켜봐야”…“6~7%대 인플레 오래 갈 수 있어 ” 5월 9% 전망도


하지만 상당 수 전문가들의 시각은 달랐습니다. 이들은 두 부류로 구분할 수 있는데 피크일 수는 있지만 내려가는 속도가 더딜 것이라는 쪽과 정점은 아직 안 왔으며 최악의 수치가 기다리고 있다는 쪽입니다. 최악의 수치를 생각하는 측은 인플레 하락 예상시점이 더 늦겠죠.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겸 SS이코노믹스 대표는 “가격상승세가 산의 정상에 도달했기를 희망하지만 물가하락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릴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은 원자재 가격에 계속 영향을 주고 있고 중국의 일부는 여전히 락다운돼 있으며 서비스분야 가격이 1년 전보다 5.1%나 급등했다”고 우려했는데요.

이코노미스트 가운데 상당 수가 그동안 상품가격 상승이 인플레를 이끌었다면 이제는 그 수요가 서비스로 넘어가고 있다고 봅니다. 손 교수는 서비스 가격상승률은 1991년 이후 최대치며 항공료는 1달 만에 10.7%나 폭등했다며 서비스 가격 상승을 걱정합니다. 추가로 렌트비와 노동력 부족에 따른 임금상승이 문제라는 겁니다.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 와튼 스쿨 교수도 “8.5%가 피크일 수도 있지만 6~7%의 물가 상승이 오래갈 수 있다”며 “유가와 가스, 렌트비 등 인플레이션을 다 나쁘게 할 요소가 많다. 3월에 렌트비 등이 전년 대비 5% 올랐는데 집값이 15~20%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추가로 더 뛸 수 있다”고 했는데요. 그의 말처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러시아산 원유수요를 대체하기 어렵다고 하고 중국의 코로나19 규제가 일부 완화하면서 유가가 100달러를 재돌파했죠.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 역시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물가가 2%로 회귀하는데 얼마나 오래 걸릴지 말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상당 기간 고물가가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죠.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한동안 6~7%의 인플레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CNBC방송화면 캡처


상황을 더 심각하게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스리-쿠마르 글로벌 전략을 이끄는 코말 스리-쿠마르는 3월 인플레가 피크라는 주장에 “나는 전혀 그렇게 믿지 않는다. 더 나쁜 숫자가 올 것”이라며 “휘발유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우크라이나 위기는 계속되고 있으며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완전 금수는 에너지 가격을 크게 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현재 거의 해결된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스리-쿠마르는 “식량 가격은 2월부터 2달 동안에만 13% 상승한 것으로 나온다”며 “렌트도 오르기 시작하고 있다. 더 많은 렌트를 낸다면 중고차 가격 하락은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덧붙였는데요.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했습니다. 케이시 보스찬치치 옥스포드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공급망 문제를 악화시키고 에너지와 식량, 상품가격을 올려 안 그래도 상승하던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었다”며 “올해 인플레이션은 단기적으로 더 높은 정점을 찍고 느리게 떨어질 것이며 5월에 거의 9%에 도달한 뒤 연말에도 5%를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앞으로 몇 달은 더 지켜봐야 인플레이션이 정점인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때까지 축포를 터뜨리는 것은 이른 듯합니다. 더 높은 인플레 수치는 연준에 대응압력을 높이고 증시가 흔들리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날 증시가 초반 상승하다가 하락마감한 것도 이런 분석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가격상승에 중고차 찾는 이들↓ 수요 감소 조짐 우려”…“연준의 0.5%포인트 긴축 방향은 그대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인플레이션 탓에 노동자들의 실질 수입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인데요. 높은 인플레이션에 전월 대비 실질 평균 시간당 수입이 0.8% 감소했습니다. 실질 임금감소는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로 이어질 수 있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가능성이 큰데요. 실질 수입 감소는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됩니다.

이와 관련해 이날 온라인 중고차 판매업체 카맥스에서 의미 있는 자료가 하나 나왔는데요. 지난 분기에 중고차 판매대수가 6.5% 감소했는데 그 이유가 가격 상승에 소비자들의 체감경기(소비자 신뢰)가 나빠지고 지불능력이 부족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2월 말까지 중고차 평균가격이 8300달러 비율로는 40%나 치솟았다는 게 카맥스의 설명인데요. 블룸버그 통신은 “더 높은 비용과 경제에 대한 우려가 소비자들의 행동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한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중요한 건 카맥스의 자료와 3월 CPI의 연결고리입니다. 3월 CPI에서 중고차 가격이 하락해 좋게 생각했는데 카맥스를 보면 이것이 수요감소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죠. 미국은 소비가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합니다. 아직 소비가 탄탄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다소 찜찜한 자료가 나온 것이죠.

앞서 1분기 PC 출하량이 7750만대로 전년 대비 7.3% 감소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이는 사람들의 소비처가 상품에서 서비스로 이동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소비량을 크게 줄이기 힘든 식품에서도 소비량이 주는 모습이 일부 나타나는데요.

중고차 가격 하락은 반갑지만 이것이 수요감소의 신호일 수도 있다. AFP연합뉴스


조사업체 닐슨IQ에 따르면 이달 2일 현재 최근 5주 동안 미국의 식료품 매출은 6.4% 증가했는데 판매개수는 4.1%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는 물가상승에 매출은 늘었지만 소비가 줄어든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한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물가가 계속 오르면서 일부 소비자 수요가 냉각되고 있다”며 “사람들은 더 저렴한 브랜드를 찾고 더 적은 양의 물품을 구입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리처드 F. 무디 리전스 파이낸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가격 상승 부담이 소비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며 “사람들이 식료품점에 가거나 주유소에 갈 때 붙어있는 가격스티커를 보고 받는 충격이 있다”고 했습니다. 반면 아만다 아가티 PNC 에셋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아직까지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의미있는 수준의 수요파괴가 나타난 것을 보지 못했다”고 했지만 이는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지속되느냐가 관건일 겁니다.

다만, 현재로서는 그 무엇도 연준의 정책노선을 바꾸지 못합니다. 이미 인플레이션 대응에 너무 늦었고 3월에도 8.5%라는 엄청난 숫자가 나왔기 때문이죠. 시겔 와튼스쿨 교수는 “3월 근원 CPI 증가세 완화로 0.75%포인트의 금리인상 가능성은 배제되게 됐지만 0.5%포인트는 수차례 올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수요 감소 조짐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키웁니다. 더 빠른 긴축은 그 가능성을 더 높일텐데요. 브레이너드 이사는 “인플레를 낮추는 게 연준의 핵심 임무이며 경기침체를 유발하지 않고 인플레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상황이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단기적으로는 물가가 앞으로도 천천히 떨어질 것이라는 점, 그 과정에서 시장의 변동성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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