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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조언덕에…골든보이 1년만에 웃었다

■ 스피스, RBC 헤리티지 우승

전날 45cm 퍼트 놓쳐 실망 뒤

"5초 여유" 충고 떠올라 평정심

캔틀레이와 연장 끝 PGA 13승

임성재 공동 21위, 김시우 42위

조던 스피스가 시상식에서 아들 새미를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연장전에서 벙커 샷 하는 조던 스피스. USA투데이스포츠연합뉴스


“아내의 역할이 컸습니다.”

한때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던 조던 스피스(29·미국)는 18일(한국 시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RBC 헤리티지(총상금 800만 달러)에서 우승한 뒤 아내에게 공을 돌렸다.

스피스는 전날 3라운드 18번 홀에서 버디 퍼트를 놓친 뒤 친 45㎝ 퍼트가 홀을 맞고 나와 보기를 적어낸 일이 있었다. 신중치 못했던 자신을 크게 탓한 그는 “골프 대회에서 가장 화가 났던 순간”을 떠올리며 밤까지 실망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때 아내가 “퍼트를 하기 전 5초만 여유를 가져보라”고 조언했다. 침착한 플레이로 최종 라운드를 마친 스피스는 “오늘도 몇 차례 급하게 퍼트를 하려다 아내의 말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스피스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힐턴 헤드의 하버타운 골프 링크스(파71)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6타(이글 2개, 버디 3개, 보기 2개)를 쳐 패트릭 캔틀레이(미국)와 최종 합계 13언더파 271타로 동타를 이룬 뒤 연장전 끝에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144만 달러(약 17억 7000만 원)다.

스피스는 22세이던 2015년 마스터스와 US 오픈을 연달아 제패하며 세계 1위에 올라 ‘차세대 골프 황제’ 후보로 꼽혔던 선수다. 2017년에는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 우승도 따내 최연소 메이저 3승 기록도 세웠다.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휩쓰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도 눈앞에 둔 것처럼 보였지만 2018년 손목 부상을 겪으며 3년 동안 슬럼프를 겪었다. 지난해 4월 텍사스 오픈에서 3년 9개월 만에 트로피를 들어 올려 부활을 알린 스피스는 이번에는 1년 만에 승수를 추가했다. PGA 투어 통산 13승째다. 지난주 마스터스에서 처음으로 컷 탈락한 아쉬움도 말끔히 날렸다.



이날 3타 차 공동 9위로 출발한 스피스는 초반에 이글 2방을 터뜨리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2번 홀(파5)에서는 벙커샷 이글, 5번 홀(파5)에서는 7m 퍼팅 이글을 기록했다. 이후 버디와 보기를 2개씩 주고받아 타수를 줄이지 못하던 스피스는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1타를 더 줄여 1타 차 단독 선두로 먼저 경기를 마쳤다. 4개 조 뒤에서 경기를 한 지난해 페덱스컵 우승자 캔틀레이가 17번 홀(파3)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연장전이 성사됐다.

18번 홀에서 열린 1차 연장전에서 스피스는 두 번째 샷을 그린 앞 벙커에 빠뜨렸으나 역시 벙커에 빠진 캔틀레이의 볼이 모래에 잠겨 유리한 상황을 맞았다. 스피스는 절묘한 벙커 샷으로 볼을 홀 바로 옆에 붙여 탭인 파로 먼저 마쳤고 캔틀레이는 벙커 샷이 홀을 많이 지나친 바람에 파 세이브에 실패했다. 미국 골프채널은 승부에 마침표를 찍은 스피스의 연장전 벙커 샷을 이날 ‘최고의 샷’으로 꼽았다.

최근 퍼트 부진을 겪는 스피스는 전날 3라운드에서 ‘퍼팅으로 얻은 이득 타수’ ?2.937타를 기록했는데 아내의 조언 덕분인지 4라운드에서는 0.397타가 됐다. 하루 사이에 그린에서만 3.334타의 이득을 봤다. 우승 후 아내와 키스를 나누며 기뻐한 스피스는 5개월 된 아들 새미도 큰 힘이 됐다고 했다. 그는 “어제 밤과 오늘 아침 새미와 놀면서 기분 전환을 한 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전날 크게 실망했던 18번 홀에서 이날은 두 차례나 웃었다.

임성재(24)는 8언더파 공동 21위, 김시우(27)는 5언더파 공동 42위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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