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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조 현금 쥐고도 5년간 M&A '0'…"삼성 사법족쇄 풀어야"

[위기의 삼성] <하> 작동 멈춘 대형투자

인텔·엔비디아 등 몸집 불릴때

이재용 잇단 檢수사·재판 '발목'

신사업 발굴 등 경영 활동 멈춰

형집행 끝나도 5년간 취업제한

"등기임원 통한 책임경영 시급"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 부정, 부당 합병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외 주요 기업 중 유독 삼성전자(005930)만 5년 이상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서지 않으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활동에 다시 이목이 쏠린다. 이 부회장이 수감, 취업 제한, 재판 출석, 검찰 수사 등으로 발목이 잡힌 사이 반도체·휴대폰·바이오 이후의 새 먹거리 사업 발굴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국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이 부회장의 사법 족쇄를 풀어 경영 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이 부회장의 공식 경영 활동은 전혀 없다. 해외 출장을 간 적도 없을뿐더러 국내에서 주요 기업인을 만나거나 생산 현장을 찾은 일도 거의 없다. 가석방 이후 취업 제한, 보호관찰 조치에 활동을 제약 받은 결과다. 이 부회장의 모습은 매주 목요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삼성물산(028260)·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재판에서만 확인된다. 글로벌 반도체 현장은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사장 등 전문 경영인들이 점검하고 있다.

그 사이 삼성전자의 M&A 시계는 정지했다. 올 2월 이스라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 ‘타워세미컨덕터’를 인수한 인텔, 최근까지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 기업(팹리스) 암(ARM) 매수를 저울질한 엔비디아 등 다른 글로벌 경쟁자들의 몸집 불리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정의선 회장을 중심으로 전기차·로보틱스 등 신사업을 집중 육성하는 현대차(005380)그룹, 최태원 회장을 필두로 전기차·반도체 등 전방위 사업 확장을 꾀하는 SK(034730)그룹, 신동빈 회장의 지휘 아래 배터리·수소 등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롯데그룹 등과도 구분되는 지점이다.



실탄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지난해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현금성 자산은 120조 7812억 원에 달한다. 2017년 말 83조 1842억 원이었던 현금성 자산은 별다른 투자도 없이 4년 만에 37조 원이나 더 쌓였다. 2017년 3월 전장 기업인 하만을 인수한 게 최후의 대형 M&A였다. 신속한 결단이 생명인 투자 세계에서 총수의 부재는 미래 먹거리 발굴 작업도 10년간 동결시켰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이 뭐든지 다 잘할 수는 없기에 M&A가 필요한데 이 부회장이 범죄인으로 규정돼 있어 사법적으로 위상이 불안정하다”며 “중국을 견제하는 반도체 동맹에서 삼성은 TSMC보다 후순위”라고 꼬집었다.



올해 이어지는 이 부회장의 잠행은 지난해 가석방 직후 때와도 새삼 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이 부회장은 출소 11일 만인 지난해 8월 24일 반도체, 바이오, 차세대 통신, 신성장 정보기술(IT) 등에 3년간 약 240조 원(국내 180조 원) 규모로 신규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코로나19 모더나 백신 확보를 위한 물밑 역할도 도맡았다. 이 부회장은 8월 말 삼성전자·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 등 최고위 경영진에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하고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도 직접 교류했다.



11월에는 열흘간 미국 출장도 다녀왔다. 이 부회장 출장을 계기로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의 미국 제2 파운드리 공장 부지를 테일러시로 확정했다. 12월 초에는 4일간 아랍에미리트(UAE)로 떠나 현지 사업 가능성을 살폈다. 이 기간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사장단을 모두 교체하는 파격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는 거기서 멈췄다. 지난해 성탄절 사면 대상에 결국 포함되지 않으면서 활동은 급속히 움츠러들었다. 이 부회장의 공개 활동은 사면이 불발된 직후인 12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에 간 게 마지막이었다. 이 부회장은 당시 다른 대기업 총수들과 함께 참석해 문 대통령에게 “더 많은 인원이 더 빨리 채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당부를 들었다. 청년을 향한 격려 영상 메시지도 찍어 청와대 공식 유튜브 계정이 올렸다.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앞으로가 더 문제다. 형 집행이 종료되는 7월 이후에도 5년간 취업길이 막힌다. 자칫 만년 미등기 임원이 돼 책임 경영에서 한발 물러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존 재판이 이어지는 와중에 삼성웰스토리 부당 지원 사건 관련 수사까지 별도로 진행되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출장 귀국길에서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게 되니 마음이 무겁다”고 했던 이 부회장의 발언이 경영 혁신 활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삼성에 드리워진 사법 족쇄를 걷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달 7일 헬기를 타고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내려다보면서 반도체 육성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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