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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기 '선심성 대출' 藥 주려다…가계·은행에 毒 된다

[가계빚 '9월의 시한폭탄]

<하>규제완화 속도 조절해야

지난해 말 가계신용 1862조…가처분소득의 173% 넘어

금리 0.25%P만 올려도 年이자 3.2조↑…체감충격 더 커

빚 갚기 힘든 고위험 가구 38만…韓銀 "은행 부실" 경고





기준금리 인상이 숨 가쁘게 진행되면서 자칫하면 새 정부의 선심성 대출 규제 대폭 완화가 ‘약이 아닌 독’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남은 다섯 번의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에서 두세 차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대로라면 원리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차주들이 늘어나고 돈을 빌려준 은행들 역시 부담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출 규제 완화 방향성에 동의한다면서도 규모와 속도는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하는 이유다.

20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신용(가계 부채+판매 신용)은 1862조 1000억 원, 가구 처분 가능 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73.4%에 달한다. 처분 가능 소득 대비 가계 부채는 2007년 114.2%에서 계속 높아지고 있다. 가구 중 빚이 많아 자산 매각을 통한 부채 상환이 어려운 이른바 고위험 가구는 지난해 말 38만 1000가구로 이들의 금융 부채는 69조 4000억 원에 달한다. 고위험 가구 수, 금융 부채 규모 모두 전년 대비 소폭 줄었지만 기준금리 인상이 반영되지 않은 일종의 착시 현상일 뿐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생각이다. 이창용 후보자는 “앞으로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가계 이자 상환 부담이 늘어나면 소득·자산 대비 부채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가구를 중심으로 고위험 가구 편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취약 차주 금리 인상 직격탄

한때 역대 최저인 0.50%였던 기준금리가 8개월 만에 0.25%포인트씩 네 차례(누적 1%포인트) 올라 이달 1.50%에 안착했다. 시장에서는 연내 적어도 두 번, 많게는 네 번 추가 인상되리라고 내다본다.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이 대출금리에 반영되면 가계 이자는 연간 3조 2000억 원, 1인당 16만 4000원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세 차례(0.75%) 오르는 동안 실제 가계대출 금리는 0.93% 올랐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04%나 뛰었다. 차주들이 체감하는 금리 인상 충격이 더 크다는 얘기다.



9월 마지막 코로나19 대출 만기 연장, 원리금 상환유예 종료를 앞두고 가계대출 성격이 짙은 개인사업자대출도 금리 리스크에 노출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자영업자 대출이 2021년 말 기준 909조 6000억 원(변동금리 비중 70.2%)인 점을 감안하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자영업자 이자 부담은 6조 4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저소득·저신용 취약 차주 중에서 자영업자의 비중도 올라가고 있다. 금리 변동에 그다지 반응하지 않는 비취약 차주와 달리 취약 차주의 연체율은 금리 상승·하락에 2% 안팎으로 움직이며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상환유예가 끝나면 가려져 있던 부실이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취약 차주 대출 중 비은행권 비중은 60.6%로 비취약 차주(39.8%)에 비해 높다. 이들 자영업 취약 차주를 통해 제2금융권에서 터진 부실이 은행으로 전이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은행 신용 손실 확대 경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내리고 물가상승률은 4.0%로 올렸는데 이대로라면 지난해 말 한은의 복합 스트레스 상황에 근접한다. 최악의 경우 금리 상승에 따른 신용 손실 확대가 이자 수익 증가 효과를 상회하며 은행들의 평균 자본 비율이 13.2%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게 한은의 경고였다. 물론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이 185.3%나 된다고 하지만 이것도 코로나19에 따른 만기 연장 등의 영향으로 고정 이하 여신 잔액이 3조 9700억 원으로 더 크게(21.0%) 감소한 데 따른 착시 현상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은행들도 할 말은 있다. 원금뿐만 아니라 이자까지 2년 이상 상환이 유예되는 차주는 상환 능력을 사실상 깜깜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자 상환유예분에 부실이 섞여 있을 개연성이 크다는 데 전문가들도 동의한다. 윤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주요국 가계 부채 조정 사례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주택 가격과 가계 부채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물가 불안으로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게 되면 가계 및 금융시장에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주요국 과거 사례를 볼 때 가계 부채 수준이나 주택 가격 그 자체에 대한 억제보다는 미시 건전성 및 거시 건전성 규제가 더 중요함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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