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일본에서 ‘인생 100년 시대의 결혼과 가족에 관한 연구회’에 참석한 한 교수가 ‘카베동’을 연애 지원 교육에 포함시키자고 제안하면서 일본 사회에 파문이 일고 있다.
카베동이란 드라마나 만화에 등장하는 여성을 벽에 몰아넣고 남성이 한쪽 손으로 벽을 치는 행위로, 여성이 남성의 카베동을 폭력적으로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어로 카베는 ‘벽’을, ‘동’은 벽을 칠 때 나는 의성어다. 주로 여자를 벽에 가두고 헌팅한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며, 일본에서 지난 2014년 신어·유행어 대상 상위 10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연구회는 결혼과 가족의 변화 움직임을 데이터를 이용해 다면적으로 밝히고 과제를 정리하다는 목적으로 지난 4월 내각부(우리로 치면 국무총리실) 주도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회에서 카베동을 언급한 해당 교수가 이날 발표한 ‘연애 격차 사회에서 지원’ 자료에는 “남녀 모두 잘생길수록 연애 경험이 풍부하고, 남자는 80㎏, 여자는 60㎏이 넘으면 연애 자격이 없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의 발언과 자료는 내각부 사이트에 그대로 게재됐다. 카베동 외 부적절한 발언도 있었지만, 일본 사회는 카베동에 집중했다. 다른 건 몰라도 카베동 제안 만큼은 참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선 “카베동은 폭력이다. 폭력을 사용해 연애 해야 하는 사회라니 어이가 없다”는 비판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정치권에서도 해당 발언을 문제시하며 공개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일본 야당인 입헌 민주당은 지난 20일 공청회를 실시했다. 이 자리에서 오카모토 아야코 의원은 “싫은 사람이 카베동을 할 경우 협박으로 느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내각부의 한 관계자는 “해당 교수의 입장과 정부의 공식 견해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며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향후 보고서 내용을 잘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고토오 히로코 치바대 교수는 “카베동을 할 경우 강제 추행 혐의로 기소될 수도 있으며, 상대방의 진로를 막는 행위 역시 경범죄에 해당한다”며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가르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시미 오카마나 오사카 대학 교수도 “카베동은 성희롱의 일종으로 가르칠 만한 내용이 아니”라며 “인권 의식이 높은 전문가로 연구회를 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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