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상생위) 설치를 추진한다. 하지만 각종 정부 위원회를 줄이겠다고 약속한 인수위가 중소벤처기업부·공정거래위원회 등과 역할이 겹치는 상생위를 설치해야 하는지 의문인 데다 기업 간 협의가 아닌 정부 조정으로 ‘상생’을 강제할 경우 통상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수위 경제2분과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제안한 상생위 설치 안을 2차 국정 과제 후보로 올렸다. 현재는 인수위 기획조정분과에서 상생위 설치의 필요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중앙회는 대·중소기업 양극화와 함께 거래 불공정, 시장 불균형, 제도 불합리 등 ‘경제 3불(不)’을 해소할 중소기업 정책 관련 컨트롤타워로 상생위 설치를 지속 요청해왔다.
하지만 중기중앙회가 제안한 상생위의 역할은 기존 부처와 상당 부분 겹친다. 기술 탈취 근절 및 온라인 플랫폼 시장 공정화 등을 논의하는 공정거래분과, 원자재 수급과 납품 단가 연동제 등을 논의하는 납품단가분과 등은 공정위의 역할과 유사하다.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정책을 발굴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기능은 중기벤처부에서도 수행하고 있다.
인수위가 각종 정부 위원회를 ‘슬림화’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상생위의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한 부처가 전담하기보다 여러 부처 간에 정책적으로 조율해야 하는 사안이 있긴 하다”면서도 “이미 총리실 산하에 수많은 위원회가 있는데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설치하는 게 좋은 방법이라 하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상생위 구성상의 형평성 문제도 나오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계 대표를 위원장으로, 대기업 오너와 중소기업 단체장 등 40여 명을 위원으로 임명하는 안을 제시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 단체장이 위원으로 들어온다면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을 대표할 만한 인물도 들어와야 형평성에 맞는 구성”이라고 지적했다.
상생위가 만들어지면 정부 기구가 시장을 통제하게 된다는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내세운 ‘민간 주도의 경제’와 거리가 있다는 관측도 있다. 가령 ‘중소기업 적합 업종’을 선정하는 동반성장위원회는 정부의 예산을 직접 받지 않고 정부 위원 없이 민간 위원으로만 이뤄진 협의체로 대·중소기업 간 자발적인 합의를 유도한다. 반면 대통령 직속에 정부 위원이 포함된 상생위는 대·중소기업 간 합의를 유도하기보단 정부가 대기업을 압박하는 형태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통상 마찰이 빈번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동반성장위의 경우 적합 업종 선정과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규범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정부 조직이 아닌 민간 기구라는 논리로 대응할 수 있었다. 국제 통상 분쟁에 정통한 관계자는 “대·중소기업 상생이 국제 규범상으로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특정 기업을 몰아주는, 자유로운 시장 접근을 막는 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우리 시장에 진출해 중소기업과 협력해야 하는 외국 기업 입장에서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