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으로 일하는 동안 첫 퇴근인데 동시에 마지막 퇴근이 됐습니다. 정말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것 같아 홀가분합니다.”(문재인 대통령)
“4시간 일찍 도착했어요. 시원섭섭하고 무슨 말을 하면 눈물이 날 것 같네요.”(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정양순 씨)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정문에서 모습을 드러낸 오후 6시 15분께 분수대 앞 광장에 모인 1만여 명의 지지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경호원들과 함께 정문에서부터 걸어 내려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지지자들은 바리게이트 앞으로 고개를 내밀며 문 대통령과 김 여사를 찾아 기웃거렸고 “저기 계신다”, “보인다, 보인다”며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9일 오후 4시께 서울경제 취재진이 찾은 청와대 정문 앞 분수대 광장에는 퇴근길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보안 검색대에 긴 줄이 늘어섰다. 문 대통령의 퇴근길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지지자들은 파란 모자와 배지를 나눠 받으며 하나둘 분수대 앞에 자리를 잡았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의 얼굴이 그려진 굿즈를 나눠 받은 지지자들은 플랜카드 앞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퇴근길 행사 현장에서 오후 3시부터 대기했다는 40대 지지자 최 모 씨는 “슬프고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연차를 내고 왔다”면서 “이제 힘든 것들도 끝났고 편하게 쉬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부터 혼자 현장을 찾았다는 권양숙(76) 씨는 “무슨 말을 하면 눈물이 날 것 같고 슬픈 마음으로 왔다”면서 “집에 가만히 있기에는 마음이 너무 불편해서 하던 일을 하루 쉬면서 왔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이름을 밝히길 꺼려한 20대 여성 지지자 두 명도 “마지막 퇴근길이니 좋은 마음으로 보내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친문’ 지지자도 있었다. 충청북도 진천군에서 아침 일찍 왔다는 김 모(46) 씨는 “나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지만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는 아니다”라며 “문 대통령이 임기 동안 고생하신 만큼 마지막 자리에 참석했지만 문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내려놓는 순간 탈당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원칙과 가치를 모두 저버리는 대통령 후보를 내보내 대선에서 패배했는데 어떻게 민주당을 지지할 수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강경화 전 외교부장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윤건영·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등 전·현직 인사들이 참석하기도 했다. 송 후보는 “재임기간 동안 (문 대통령을) 지켜드리지 못해 마음이 좋지 않고 눈물이 나려한다. 검찰공화국의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 지방선거는 꼭 승리하도록 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의원도 “재임기간 동안 너무 고맙게 잘해주셨다”며 “양산에 내려가서 아름다운 노을 같이 지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몰린 인파에 문재인 대통령이 차량을 타고 떠날 때까지 입장조차 못한 시민들도 많았다. 6시 37분께 문재인 대통령이 호위 병력과 함께 이동하기 직전까지도 청와대 앞 분수대부터 경복궁역 인근에는 지지자들은 600m에 이르는 장사진을 펼쳤다. 문 대통령의 목소리가 시민들에게 닿지 않았음에도 대기하는 시민들은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며 감사 인사를 했다.
퇴근길 행사가 열리는 분수대 맞은편에는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집회가 곳곳에서 열리기도 했고, 보수 유튜버들의 실시간 방송과 시위도 이어졌다. 이날 비판집회에 참석한 최 모(82)씨는 “문재인 대통령은 수천 가지 잘못을 저질렀는데 환송식이라니 말이 되는가”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민들과 지지자 간의 충돌도 벌어졌다. 한 시민이 확성기를 들고 “문 대통령이 시민들에게 백신을 강제접종 시켜 시민들이 사망했다”고 지적하자 주변에 모인 지지자들은 “왜 문 대통령 마지막 가는 길까지 와서 이러느냐”라고 호통을 쳤다. 마스크 착용에 대해서도 지적이 이어지자 경찰관 여럿이 나서 중재에 나서는 모습도 연출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