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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최저임금 인상 줄이어…임금發 인플레 악순환 빠지나

물가 급등에 각국 '인상 카드'

獨·호주·美 일부州 내달 상향

'제조기지' 베트남도 6% 올려

獨은 10월 12유로로 추가인상

물가 자극→실질 구매력 저하

美 소매판매 5개월만에 감소

지출 축소땐 경기침체 우려도





전 세계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비롯한 긴축 행보에 나섰지만 물가 압력에 밀린 각국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도 줄을 이으면서 임금발(發) 인플레이션이 한층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올해 들어 그리스와 뉴질랜드·말레이시아·필리핀 등이 급격한 물가 상승에 대응해 이미 최저임금을 끌어올렸으며 호주·독일·베트남과 미국의 일부 지역들도 다음 달 인상을 예고했다.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다시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면서 각국이 벌이는 ‘물가와의 전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5일(현지 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을 비롯해 호주, 미국 시카고, 베트남 등이 다음 달 1일부터 최저임금을 인상한다. 독일의 경우 현재 시간당 9.82유로인 최저임금을 7월부터 10.45유로로 올리고 호주는 20.33호주달러인 최저시급을 21.38호주달러로 상향 조정한다. 미국에서는 시카고가 회사 규모에 따라 14~15달러인 최저시급을 14.50~15.50달러로 인상하기로 했다. ‘글로벌 제조 기지’로 자리 잡은 베트남도 지역에 따라 307만~442만 동인 최저월급을 325만~468만 동으로 6%가량 인상한다. 닛케이아시아는 베트남의 최저임금 인상이 2년 6개월 만이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 연료 가격이 오르면서 동남아시아의 제조 허브인 베트남에서도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인상 이유를 설명했다.

올가을 이후에도 최저임금은 줄줄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은 다음 달 인상되는 최저시급을 불과 3개월 뒤인 10월에 다시 12유로로 추가 인상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폴란드는 내년 1월과 7월에 각각 최저임금 인상이 예정돼 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기업 규모에 따라 14~15달러인 최저시급을 내년부터 15.5달러로 올린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임금 인상이 이어지는 것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 등으로 물가가 수십 년래 보기 드물게 고공 행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토대로 미국·유럽 등 30개국의 생활비물가지수를 자체 계산한 결과 4월 상승률은 전년 동월 비 9.5%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까지 5년 평균 상승률(1.3%)의 7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비 급등으로 실질임금이 줄어들면 가계의 불만이 커지고 사회 불안까지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각국 정부로서는 임금 인상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호주 공정노동위원회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낮은 수준의 임금 증가가 실질임금을 감소시키고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생계비 부담을 주고 있다"고 최저임금 인상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도 구매력 유지를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연방정부 기준에 따라 7.25달러인 최저시급을 12달러로 인상하는 안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7.25달러는 2009년 연방정부가 결정한 최저임금으로 13년째 오르지 않았지만 인플레이션으로 2009년과 동일한 구매력을 유지하려면 최저시급이 최소 9.88달러를 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문제는 이 같은 임금 인상의 물결이 이미 치솟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임금발 인플레이션을 감수하며 최저임금을 올려도 임금 인상 속도가 물가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실질 구매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것 또한 우려할 만한 요소다.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부담과 실질임금 감소라는 두 가지 압력에 직면해 결국 지출을 줄일 경우 경기 침체가 불가피한 수순이 되기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5월 유로존 인플레이션은 예상치를 웃도는 8.1%를 기록한 반면 1분기 유로존의 임금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에 그쳤다. 이는 전기요금과 식료품비 등 생활 필수품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보다 훨씬 낮은 수치라는 것이 가디언의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상황이 심각하다"며 "치솟는 인플레이션이 임금 인상 폭을 웃돌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매판매는 -0.3%로 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발 경기 침체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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