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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부림’에도 훈방되는 촉법소년…'연령 하향'만이 답일까 [안현덕 기자의 LawStory]

만 10~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 범죄에도 보호조치

반면 악용 청소년 늘어…2018~2020년 살인만 8건

장관 지시, 법무부 TF구성…촉법소년 연령 하향 추진

전문가, 단순한 연령 내리기는 오히려 부작용만 유발

죄질·요인 따라 판결·교화·개선하는 전문성 강화 필요


#서울 한 경찰서에서 근무 중인 학교전담경찰관(SPO) A 경위는 작년 이맘 때 보고받은 학교폭력 사건을 잊지 못한다. 발생 장소가 교실인데다, 칼을 들고 학교보안관을 위협한 게 겨우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생님에게 혼이 나 화가 났다’는 게 아이가 칼을 휘두른 주된 이유였다. 112 신고로 때마침 출동한 경찰관이 칼을 뺏는 등 아이를 적극 저지하면서 사건을 일단락됐다. 그러나 인명 피해가 없고 또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아이는 훈방 조치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0회 교정대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전 취재진과 만나 검찰 조직 개편 및 보복 수사 등에 대한 입장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쏘아올린 ‘촉법소년 연령 하향 추진’ 화살에 찬반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찬성 측에서는 10대 흉악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촉법소년 연령 기준이 70여년 전에 만들어진 만큼 시대 변화에 맞춰 현실화해야 한다는 점도 이유로 꼽는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청소년 전과자만 양산할 수 있다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처벌 강화가 능사는 아니다’는 주장이다. 서울경제는 연령 하향을 두고 찬반 양측이 격돌하고 있는 만 14세 미만 촉법 소년 범죄의 현실을 진단하고, 현 정부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짚어봤다.

◇살인해도 소년원 송치 2년이 최고형=촉법소년이란 범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 미성년자를 뜻한다. 형법 9조(형사미성년자)에서는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형사 책임 능력이 없어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다. 대신 소년법에 따라 ▲감호위탁 ▲수강명령 ▲사회봉사 ▲소년원 송치 ▲보호관찰 등 보호조치를 받는다. 미성숙한 청소년에게 형벌보다는 교정·교화의 기회를 부여하자는 취지다.

문제는 죄를 지어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이 법을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비중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7364건이었던 촉법소년의 소년부 송치 건수는 2019년 8615건으로 늘었다. 또 2020년에는 9606건으로 증가하는 등 느는 추세다. 특히 이들 사건 가운데 살인은 무려 8건이 포함됐다. 강간·추행(1140건)과 방화(111건) 등 강력범죄도 다수 포함돼 있으나 가장 큰 형벌은 소년원 송치 2년이다. 소년법상 감호 위탁의 기간은 6개월이다. 소년부 판사 판단에 따라 1차례(최대 6개월) 연장할 수 있다. 장·단기 보호관찰 최대 기간은 각각 1년과 2년이다. 소년원 송치의 경우 단기는 6개월, 장기는 2년을 넘지 못한다. 소년법이 ‘보호처분 등 조치로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다’는 취지로 시행되고 있으나 최근 몇년 새 논란도 적지 않은 이유다. 또 법무부가 14일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배경으로도 작용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추진을 위한 TF에는 법무부 검찰국은 물론 범죄예방정책국·인권국·교정본부가 참여한다. 팀장은 차순길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이 맡았다. 이는 한 장관이 8일 법무부 주례 간부 간담회에서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과제를 속도감 있게 검토해달라고 주문한 지 엿새 만이다.



◇단순 연령 하향 아닌 소년법원 등 종합 대책 필요=전문가들은 법무부가 단순히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선에서 TF를 마무리한다면 오히려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소년범죄를 전문으로 판결하는 소년법원의 설립 등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살인, 강간 등 10대 흉악범죄를 예방한다’는 본래 목적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촉법소년 연령을 낮춘다고 12~13세 아이를 모두 형사처벌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검사가 형사부가 아닌 가정법원으로 보낼 것을 결정한다면 소년법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막상 (촉법소년) 연령이 낮아져도 실제 적용받는 건 몇 십명 수준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촉법소년) 나이만 낮춰놓고, 12~13살 아이를 일반 형사법원에서 세워봤자 집행유예로 처분하지, 실형을 선고하기는 쉽지 않다”며 “소년원 송치 판결이 나오면 최대 2년을 있어야 하는데, 집행유예 판결이 나오면 기껏해야 6개월 구치소에 있어 오히려 예방 효과만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인 범죄와 비교하거나 사회 통념상 판단할 경우 법원이 12~13세 아이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처벌 수위를 결정해 범죄 예방 효과만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또 “때문에 연령을 가리지 않고 아이들 죄의 경중에 따라 전문적으로 판단하는 소년법원 설립이 필요하다”며 “형법을 적용할지, 소년법을 적용할지를 결정해 처분해는 전문·전담 법원 설립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교폭력 등의 문제를 일으켜 관심이 요구되는 청소년들이 지난 2013년 6월 27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을 방문, 절도 혐의로 기소된 소년범 재판을 방청하고 있다. 이날 재판 방청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중고등학생들이 실제 소년범 재판 과정을 지켜보고 잘못을 뉘우치게 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연합뉴스


◇소년범 개선·교화 프로세스 변화도 절실=아울러 소년교정에 대한 물적·인적·교화 시스템적 여건까지 재정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소년범죄가 가정·학교 이탈·정신적 문제 등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하는데, 현 제도나 여건상으로는 재발 방지와 교화 등 목적을 달성하기에 불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제시되는 부분은 전국에 한 곳 뿐인 김천소년교도소를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점이다. 이는 가족과 만남이 쉽게 이뤄지게 하는 이른바 ‘개방 처우’의 일환이다. 또 교육·심리학자나 의사를 포함하는 등 교도관 구성을 다양화한다는 측면과도 연관이 있다. 이들 전문가들이 주로 수도권 등지에서 생업에 종사하거나, 거주하기 때문이다. 교화 프로그램도 소년범 ‘맞춤형’으로 변화시켜야한다는 방안도 제시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소년 범죄가 발생하는 원인은 가정이 온전치 않거나, 학교 밖 청소년일 경우, 정신적 문제 등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며 “가정 문제로 일탈하는 아이에게는 부모와 단순히 10~20분 대화하는 게 아닌 길게는 1박 2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야 근본적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 밖 청소년이나 정신적 문제가 있는 아이 등 요인에 따라 교육·상담·직업·치료에 초점을 맞춘 차별적인 교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데 앞서 소년범 발생 시 분류 체계를 현실화해 범죄 발생 요인에 맞는 교화 방안을 제시하는 틀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년 교도소 이전은 물론 개선·교화에 방점을 둔 교도관 인적 구성, 정신·치료 상담사 확충 등이 촉법소년 연량 하향 방안과 동시에 논의돼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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