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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안전망이 없다] 창업기업 줄도산 시작됐다

이성만 의원실·양금희 의원실 자료 입수

창업자금 불납결손액, 2019년 이후 2배 이상 늘어

정부 지원 칭업기업도 5년 후 최소 40%는 사라져

본지 설문조사, 재도전 기업 약 47%는 추가 폐업 경험





창업기업의 줄도산이 본격화된 모습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모두 신산업 동력 확보와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을 목표로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 창업기업의 수는 그동안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정부가 운영하는 창업지원사업에 참여한 창업기업만 해도 2014년 4204개에서 2020년 기준 8350개까지 증가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 등 각종 악재가 쏟아지면서 이제는 폐업에 따른 사회적 후폭풍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습니다. 최근 한국은행은 2020년 기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즉 ‘좀비기업’ 비중이 15.3%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금 의존도가 높은 창업 기업일수록 본원적인 경쟁력이 떨어지고 자금 여력도 부족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실제 서울경제가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러한 우려는 이미 현실화 중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창업기반자금의 불납결손액은 2017년과 2018년은 각각 약 450억원, 560억원을 기록했지만 2019년부터 2배 이상 늘어나며 급증했습니다. 2021년 불납결손액은 1122억원이었는데, 상각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그 다음은 회생, 파산 순이었습니다. 창업 관련 자금 대출은 연간 1조원 안팎 수준인데, 부실률이 10%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실제 현실은 수치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하소연합니다. 청산 비용 등을 고려해 파산만 신청하지 않았을 뿐이지 실제로는 사업을 중지한 상태이거나, 정부 지원금에 의존해 숨만 겨우 쉬고 있는 기업이 태반이라는 것입니다. 정부 지원금도 무한정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버티고 버티다 결국 사업을 접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실제 지난해 10월 김정재 의원실 등에 따르면 대표적인 청년창업 양성 프로그램인 ‘청년창업사관학교’ 사업의 경우 5년 이상 된 사관학교 1기(2011년)부터 6기(2016년)까지 1515곳 가운데 1027곳(67.7%)은 매출이 0원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2011년 시작된 청년창업사관학교는 39세 이하 청년창업가에게 사업자당 사업비의 70%까지 최대 1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창업기업의 줄도산은 정부의 무리한 창업 진흥책과 준비가 부족했던 청년들의 ‘창업 러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실제 국내 창업기업들은 5년 후 생존률이 선진국과 비교해 떨어진다는 통계를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한국은 OECD 주요 국가에 비해 폐업률이 10%포인트 이상 높을 정도입니다. 한국 창업자들이 직면한 기업 환경이 그만큼 녹록하지 않다는 뜻으로도 해석됩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받은 ‘창업 기업 생존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창업 기업의 5년 차 생존율은 32.1%로 집계됐습니다. OECD 주요국 평균 생존율 44.1%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핀란드가 생존율 49.1%로 가장 높았고, 프랑스(48.8%), 이탈리아(44.2%), 스페인(42.2%), 독일(38.5%) 순이었습니다.



국내 창업기업 중 5년 차에 폐업률이 가장 높은 분야는 79.1%를 기록한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헬스장, 실내경기장 등)이었고,. 숙박·음식점업(78.5%)과 도·소매업(71.5%), 여행사 등이 속한 사업 지원 서비스업(71.3%)가 뒤를 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엄격한 심사과정을 통과하는 등 형편이 낫다고 평가 받는 창업지원사업 참여 기업들의 5년 생존율은 59.7%를 기록했습니다. 업계에서는 공식적인 폐업 신고를 하지 않은 기업도 상당수여서 실제 생존율은 이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고 공통적으로 지적합니다. 정부의 재정이 투입된, 이른바 ‘검증된’ 기업조차도 5년이 지나면 최소 둘 중 한 곳은 문을 닫는다는 추정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폐업을 택한 창업가 중 상당수는 재도전을 택합니다. 문제는 재도전 기업의 상황 역시 녹록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실제 지난해 서울경제가 폐업한 이력이 있거나 재창업에 뛰어든 기업인 약 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47%는 다시 창업에 나선 이후에도 추가 폐업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부 부처와 언론사 등을 통틀어 재도전 기업인에 대해 대면 인터뷰를 포함해 심층적인 실태조사에 나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실제 ‘귀하는 창업을 몇 번이나 경험했습니까’라는 질문에 재창업 2회라고 대답한 비율이 49.3%로 가장 많았습니다. 반면 재재창업(3회) 답변도 32%에 달했으며 4회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15%에 달했습니다. 이미 폐업의 쓴맛을 봤던 재창업자 중 절반 가까이는 또다시 사업 실패의 덫에 빠진 것입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성장 지체’ 현상도 겪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응답자 중 약 40%는 매출이 1억원 미만이라고 응답했으며, 1억원 이상~3억원 미만도 21%, 3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은 10%안팎으로 집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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