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현모(33)씨는 요즘 일주일에 서너번은 구내식당을 이용한다. 각종 외식물가가 오르면서 점심값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 씨는 "회사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커피까지 마시면 보통 2만 원이 나온다"며 "선후배들하고 같이 점심을 하면 서로 부담이 될까 단체 식사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먹거리 물가가 급격히 치솟자 직장인들의 점심 풍경도 바뀌고 있다. 얇아진 지갑에 외식보다는 구내식당과 편의점,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 전문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집에서 점심을 싸오거나 쿠폰을 사용해 도시락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등 '짠돌이' 소비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9일 A 단체급식업체에 따르면 올 2분기 서울 강남 오피스 구내식당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6% 증가했다. 본격적인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출근 인원이 늘어난 데다,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직장인들의 구내식당 이용률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된 5월 매출신장률은 26.5%에 달했다. 단체급식업계 관계자는 "최근 사내복지 경쟁으로 구내식당 메뉴의 양질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식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며 "3분기에도 두 자릿수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도 미소를 짓고 있다. 세트 기준 5000~6000원 저렴한 가격에 한 끼를 때울 수 있어 직장인들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맘스터치에 따르면 올 2분기 점심시간(오전 11시~오후 2시) 판매량은 직전 분기 대비 29.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형 오피스 상권인 테헤란로에 위치한 맘스터치 랩(LAB) 가든 역삼점의 매출은 11% 늘었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판매량이 가장 높은 싸이버거 세트 가격은 6200원으로, 외식 평균 가격보다 저렴해 직장인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에서는 도시락 판매량이 치솟고 있다. GS25에서는 이달 1~7일 도시락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49.8% 증가했다. 지난해 7월 도시락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가량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3배 이상의 신장률이다. CU에서는 올해 3월부터 도시락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17.8% 늘어나더니 4월 20.8%, 5월 24.1%, 6월 36.1%, 7월(1~7일) 52.3%로 점점 상승폭이 커졌다. 특히 월 구독료를 결제하면 정해진 횟수만큼 도시락 등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도시락 쿠폰'의 지난달 사용량은 전년 동월 대비 97.9%나 증가했다.
직접 도시락을 싸와 점심을 해결하는 문화도 생겨나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 5월 도시락·찬합류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32% 늘었다.
한편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외식 8개 품목 가격이 올해 1월보다 모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냉면은 9808원에서 1만 269원으로 4.7% 올랐다. 유명 평양냉면 전문점의 메뉴 가격은 1만 2000원~1만 6000원에 달한다. 이밖에 자장면(8.5%), 칼국수(6.4%), 김치찌개 백반(4.4%), 삼계탕(4%), 비빔밥(3.8%) 등도 값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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