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 상승 속에 신사업을 위한 자금 확보 필요성이 큰 기업들이 리츠(Reits·부동산 투자 회사)를 자산 유동화의 좋은 수단으로 보지만 정작 리츠 시장은 각종 규제에 막혀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 정부는 올 초 공모 리츠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리츠 설립과 운영에 걸림돌은 여전히 산재해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부동산 투자 업계와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리츠 영업 인가를 위한 심사 기간은 평균 46일에 달한다. 총 47개 리츠가 인가를 신청했으며 이중 절반 가량인 27개 리츠가 인가를 받았다.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르면 기업구조조정(CR) 리츠와 개발사업이 전체 기초자산의 30% 이하인 사모 리츠는 20영업일 내 등록 여부가 결정된다.
반면 공모 리츠의 경우 국토부가 사업 타당성 분석 등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면서 두 배 넘는 시일이 소요되고 있는 것이다.
평시에도 리츠는 자산 확보에 시간이 관건이지만 시중 금리가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당국의 인가가 늦어지면 사업 자체가 무산되기도 한다. 리츠가 투자할 부동산 확보에 대출을 끼지 않을 수 없는데 금리가 높아지만 자금 조달이나 수익 구조가 확 바뀌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와 부동산 신탁사들이 사모리츠를 설립해 부동산을 사들이고 추후 공모 리츠로 전환해 일반 투자자를 모집하는 우회로를 택하는 것도 당국 인가가 언제 나올지 예상하기 어려워서다.
부동산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루가 다르게 금리가 오르니 심사 부서조차 확정적인 금리로 접수를 못하는 실정”이라며 “행정 절차가 늦어져 거래 종결이 어려우니 알짜 부동산은 리츠에 담기가 쉽지 않다”고 답답해했다.
또 부동산투자법이 리츠가 투자할 수 있는 부동산의 정의를 실물 부동산과 부동산 관련 회사 지분 등으로 좁혀 설정해 오피스 건물이나 물류센터 등을 보유 중인 특수목적법인(SPC)을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SPC 지분을 직접 살 수 없으니 리츠가 중간에 펀드를 하나 더 결성해 재간접으로 투자하는데 비용이 이중으로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이익은 줄어들게 된다.
리츠 상장 시 의무 사항인 지정감사인제도도 부담이다. 리츠의 경우 부동산 임대 수익과 관리 수익, 이자 비용 등 살펴야 할 항목이 일반 상장사에 비해 크게 적은 데도 비용은 똑같이 지불하고 있어서다. 한 리츠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모 리츠의 경우 감사를 중소 회계법인에 맡기면 연 2000만 원 수준”이라며 “거래소가 지정한 감사인들은 대부분 대형 회계법인이어서 연간 비용이 1억 원이 넘는다”고 꼬집었다.
현행 증시에 상장된 리츠 20개 중 이지스밸류리츠(334890)나 NH프라임리츠(338100), 마스턴프리미어리츠(357430) 등 7개가 재간접 리츠인데 법상 펀드는 재간접 펀드에 투자가 금지돼 배당형 공모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지수 추종 펀드들이 리츠 투자자로 참여할 수 없는 것도 해외 대부분의 리츠와 달라 시장 활성화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