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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치마 편해요" 젠더리스 패션 즐기는 MZ세대 [인생취재]

젠더리스 관련 SNS 게시물 5만 개 이상

패션업계, 젠더리스에 빠르게 반응 중

전문가 "젠더리스 추구, 개인주의 영향"

"성 전유물로 여겨진 특징 수용 가능, 긍정 변화"

"여론, 사회 분위기 휩쓸림 경계"…동조화 우려도

인턴기자는 평소 치마와 하이힐을 즐겨 착용하는 이모(22세·남)씨에게 취재 동의를 얻고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이모(22세·남)씨는 SNS를 통해 젠더리스 패션을 공유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인생취재'는'인'턴 기자들이 발로 뛰어 작성한 ‘생’생한 취재 기사입니다.


평소 치마와 하이힐을 즐겨 착용하는 이모(22세·남)씨는 조만간 3번째 힐을 장만할 예정이다. 2년 넘게 ‘젠더리스(Genderless)’ 패션을 추구해온 이씨는 하이힐이 생각보다 편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힐을 신으면 크고 헐렁했던 바지가 딱 맞고 예쁘게 떨어진다”면서 “같은 치마를 입더라도 힐을 신고, 안 신고에 따라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서 하이힐을 자주 활용한다”고 밝혔다.

또 이씨의 옷장에는 바지보다 치마가 더 많다. 치마가 바지에 비해 활용도나 편리성이 우수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바지는 밑위 때문에 허벅지 사이가 불편한데 치마는 그렇지 않다”면서 “이전에는 바람이 불면 치마가 뒤집어질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입어보니 그렇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씨는 젠더리스 패션과 관련해 “성이 없거나 성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이라면서도 “남자 입장에서는 남의 눈치를 많이 봐야 하는 불편한 패션, 여자 입장에서는 평범하게 언제든지 할 수 있는 패션”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씨는 “올해 1~2월부터 부쩍 젠더리스 패션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나의 젠더리스 패션을 따라 입는 친구도 있었다”고 전했다.

인스타그램에는 젠더리스와 관련된 해시태그가 무려 5만 개 이상 검색됐다. 인스타그램 캡처


실제 젠더리스 패션은 MZ세대에게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등 각종 소셜미디어(SNS)에는 젠더리스와 관련된 해시태그 건수만 무려 5만 개 이상에 달한다. MZ세대가 가장 중요한 소비자층으로 급부상하면서 젠더리스 트렌드 인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젠더리스 트렌드가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패션 업계 역시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더블유컨셉, 머스트잇, 무신사스토어 등 대형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서 젠더리스 관련 상품만 1500개 이상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일부 상품들은 이미 품절 됐거나 남은 재고마저 빠르게 소진돼 재입고 알림 신청까지 해야하는 상황이다.

속옷 전문업체 쌍방울 관계자는 “여성용 트렁크의 올해 3월~5월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3% 증가했다”고 알렸다

더블유컨셉, 머스트잇, 무신사스토어 등 대형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는 젠더리스 관련 상품만 1500개 이상 검색됐다. 브랜드 thephluidproject에서는 ‘남성용 치마’가 판매되고 있다. 홈페이지 캡처


젠더리스 트렌드가 호실적을 이끄는 핵심 키가 되면서 기업들은 젠더리스 패션 관련 상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중년 여성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진주 목걸이는 남성들의 패션 감각을 상징하는 대표 액세서리로 떠올랐고, 반대로 남성들이 선호하는 체인 액세서리는 여성용 목걸이와 팔찌, 귀걸이로 출시되고 있다”면서 “여성용 액세서리 브랜드 ‘먼데이에디션’ 진주 소재 목걸이의 경우 남성 고객의 구매 비율이 20%까지 늘었다”고 설명했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젠더리스 트렌드는 샤넬의 남성 뷰티 라인 론칭 가능성이나 동일한 아이템에 남성 사이즈와 여성 사이즈를 병기하는 브랜드 확장 등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패션 브랜드 톰브라운(THOM BROWNE)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패션위크에서 2023년 봄·여름(SS) 컬렉션을 선보였다. 톰브라운 페이스북 캡처


그렇다면 MZ세대가 젠더리스를 추구하는 이유는 뭘까.

이민선 건국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조교수는 “개인주의와 자본주의 논리가 팽배한 현대사회에서 자신의 존재감과 가치를 높이려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패션은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와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다"며 “(젠더리스 패션은) 성소수자, 장애인, 노인 등 여러 사회적 약자로 인식돼 온 집단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평등적 인식이 향상돼야 한다는 사회 변화와도 맥이 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패션과 뷰티 업계에서 시작된 젠더리스 트렌드가 문화와 사회 영역까지 확장되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업계 관계자들은 “포용성과 다양성이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면서 젠더리스 트렌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성장을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남성과 여성의 개념을 초월해 지금까지는 한쪽 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왔던 특징이나 스타일을 취향의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동조화 현상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광훈 문화선교연구원 원장은 “젠더리스가 주류가 되면서 양성적이면서 전통적인 성 관념과 관련해 이야기하는 것이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폭력적이라는 프레임으로 짜여질 수 있다”며 “아동·청소년이나 청년의 경우 어떤 문화 현상에 대해 이른바 동조화가 강하게 일어난다. 자신들의 생각이 사회적 분위기나 일종의 문화적 여론에 의해 형성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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