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에 비(非)경찰대 출신인 김순호 경찰청 수사안보국장(치안감)이 선임됐다. 경찰국장 후보군인 34명의 치안감 중 75%에 달하는 경찰대 출신이 배제되고 순경 바로 위 계급인 경장부터 경찰 생활을 시작한 김 치안감이 발탁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경찰대 개혁 작업이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행안부는 29일 김 치안감을 경찰국장에 임명했다고 밝혔다. 김 신임 국장은 다음 달 2일 행안부 경찰국 출범과 함께 근무를 시작하게 된다.
김 신임 국장은 1989년 경장 경채로 경찰에 입직했다. 이어 서울방배경찰서 생활안전과장, 경찰청 감찰담당관, 전북지방경찰청 제1부장, 서울지방경찰청 안보수사부장, 경기수원남부경찰서장 등을 거쳐 경찰청 수사안보국장으로 근무해왔다.
김 국장에 대한 경찰 내 평가는 긍정적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소탈하고 인간미가 넘치며 경찰 직원뿐 아니라 청소용역 직원에게까지 스스럼없이 대하는 스타일”이라며 “한 번 방침이 정해지면 뚝심 있게 밀고 나간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광산경찰서장 재직 시절인 2018년 광주 집단폭행 사건이 벌어진 후 경찰의 초동 대처가 미흡하다는 여론이 생기자 직접 광주경찰청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출동한 경찰들의 집행에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해 후배 경찰들로부터 “소신 있는 상사”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비경찰대 출신인 김 국장의 임명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경찰국을 반대하며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경찰대 4기) 등을 겨냥해 “특정 출신이 반발을 주도하고 있다”며 경찰대 출신 간부들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여과 없이 노출했기 때문이다. 이어 이 장관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경찰대는 고위 인력을 양성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졸업하면 어떤 시험을 거치지 않고도 경위로 임관될 수 있다는 불공정한 면이 있다”며 공식적으로 경찰대 개혁을 시사했다.
다만 당장 행안부 내에서 경찰대 제도 개혁이 시급히 다뤄질지는 미지수다.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등 경찰 통제 방안에 대해 여론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한국 갤럽이 26~28일 사흘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경찰 조직을 통제하려는 과도한 조치’라는 응답이 51%인 반면 ‘경찰의 권한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응답은 33%로 나타났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제도발전위원회를 통해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겠지만 실상 경찰 개혁이라는 것도 인사 개혁 말고는 특별히 할 것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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