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들이 전망하는 미래 물가 상승의 강도가 7월 들어 급격히 떨어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행보가 장기적으로 물가를 낮추는 데 성공할 것이라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현지 시간)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7월 소비자전망조사(CSE)에 따르면 1년 내 물가 상승률 전망치 중위값은 6.2%로 전월 전망치인 6.8%에서 0.6%포인트 낮아졌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뉴욕연은이 CSE를 조사한 2013년 6월 이후 가장 큰 월간 낙폭이다. 3년 내 인플레이션 전망 역시 전월 3.6%에서 7월 3.2%로 완화됐으며 장기 전망인 5년 내 물가 상승률 예상치도 전월의 2.8%에서 2.3%로 낮아졌다.
여기에는 물가 상승의 주범인 연료비가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크게 작용했다. 3월 9.6%까지 치솟았던 휘발유 부문 1년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7월 1.5%로 내려앉았다. 해당 조사에서 휘발유 인플레이션 전망이 2%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밖에 식료품 가격 인상률 전망이 전월의 9.2%에서 6.7%로 2.5%포인트 하락했고 주택 임대료 부문도 9.9%로 올 2월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내려왔다. 제이슨 리드 노트르담대 재무학 교수는 “식료품과 유가는 미국 경제에 대한 소비자의 전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바로 그 부문의 가격 전망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같은 전망치 감소가 단순히 소비자들의 우려 완화 차원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샌프란시스코연은 경제연구부서는 이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1년의 단기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높으면 (상승한 생활비를 우려한) 근로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된다”며 “기업은 임금 인상 요구에 대응해 제품 가격을 높여 전체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샌프란시스코연은은 “현재 연준이 진행하고 있는 긴축적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 전망이 실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며 “특히 장기 인플레이션 전망이 안정적이라는 것은 연준이 결국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성공할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크다. 드레퓌스앤멜런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빈센트 레인하트는 “가격 인상에 한 번 가속도가 붙으면 그 속도로 계속 오르는 경향이 있다”며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목표를 넘어 3% 이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나온 전망치 중 휘발유 부문을 제외한 모든 품목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넘어섰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에 시장은 전망치와 실제 물가 흐름이 부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10일 발표될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주목하고 있다. CNBC는 “인플레이션 전망 감소는 연준이 40년래 최대치인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린 결과”라며 “만약 앞으로 나올 실제 인플레이션 지표도 완화 추세에 부합한다면 뉴욕연은의 조사 결과는 연준 정책 결정자들이 연내 긴축 강화 행보를 철회할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7월 CPI 상승률은 9.1%였던 6월보다 다소 완화된 8.7%다. 다만 식료품과 휘발유를 제외한 근원 CPI 전망치는 전월 5.9%에서 6.1%로 오히려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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