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선 승무원으로 근무 중인 최씨(31). 코로나19 확산세가 사그라들고 유럽으로 향하는 장거리 노선 운항이 늘면서 다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인천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배치돼 승객을 응대하던 최씨는 한 승객의 무거운 수하물을 짐칸에 올리다 손에 저릿한 통증을 느꼈다. 며칠 전에도 급히 짐을 들려다 심한 통증을 느낀 뒤 저릿함이 계속되던 중이었다. 12시간을 넘나드는 긴 비행 동안 휴식을 취하지 못하자 손목 통증과 저릿함은 더 심해졌다. 귀국 후 병원을 찾은 최씨는 승무원의 직업병 중 하나인 손목터널증후군 진단을 받는다. 더 빨리 병원에 찾을 걸 잠시 후회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손목 치료에 집중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침체됐던 공항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공항을 이용한 총 여객 수는 824만 61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3% 증가했다. 국제선 여객 수는 전년대비 522.8% 급증했고 전월보다도 42.2% 늘었다.
안전하고 편안한 비행에는 승무원들의 보이지 않는 노고가 뒤따른다. 그러나 한정된 기내 공간에서 근무하다 보면 정작 승무원 자신의 건강을 놓치기 일쑤다. 실제 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국적항공사 객실 승무원의 병가율은 일반 직군보다 10배 높게 나타났다.
객실 승무원들은 업무 특성상 손목을 혹사하기 쉽다. 승객의 수하물을 머리 위 짐칸에 옮기는 일이 대표적이다. 높은 짐칸 때문에 손목 각도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12~15kg의 수하물들을 반복적으로 옮기다 보면 손목에 큰 충격을 안긴다. 그 외에도 좁은 공간에서 승객의 기내식을 준비하는 일, 카트 끌기, 무거운 항공기 문 여닫기 등 승무원의 손목에 부담을 주는 업무는 매우 다양하다. 손목터널증후군이 승무원들 사이에서 직업병으로 꼽히는 이유다.
과도한 손목 사용으로 부담이 반복되면 손목 내부 힘줄에 염증이 생기고 인대가 두꺼워진다. 이는 손목 내부에 힘줄과 인대로 둘러싸인 수근관(손목터널)을 좁게 하는데 그곳을 통과하는 정중신경이 눌려 손목터널증후군을 야기한다. 신경이 눌리면서 엄지와 검지, 중지 끝에 통증과 저림 증상이 생기고 손이 타는 듯한 통증도 나타난다. 점차 손이 무감각해지며 악력도 약해지고 저녁에 통증이 심해지는 야간통이 나타날 수도 있다.
손목터널증후군 증상 초기에는 손 저림과 경미한 통증 외에 특이한 징후가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질환이 의심된다면 간단한 자가진단인 '팔렌검사'를 통해 자신의 손목 상태를 파악하는 것도 좋다. 양 손등을 맞대고 손목을 90도로 꺾어 30~40초간 유지했을 때 통증이나 저림이 나타나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조기 치료를 놓치면 후유증이 심해지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날 경우 지체하지 말고 조속히 전문적인 치료와 예방에 나설 것을 권한다.
한방에서는 손목터널증후군 치료를 위해 추나요법과 침치료, 약침치료, 한약 등이 병행된 한방통합치료를 실시한다. 먼저 추나요법으로 손목 부위의 불균형을 바로잡아 통증을 완화한다. 이후 침치료는 경직된 손목 주변의 근육과 인대 등을 부드럽게 이완시킨다. 순수 한약재의 유효한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치료를 통해 손목터널 내 염증 해소와 신경 재생에 도움을 준다. 근육과 인대 등을 강화하는 한약을 복용하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목에 휴식 시간을 줘야 한다. 하지만 업무로 바쁜 승무원이라면 손목 긴장 완화에 효과적인 ‘손목터널 스트레칭’을 틈틈이 실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먼저 벽을 마주보고 서서 손가락이 아래로 향하게 손바닥을 벽에 붙인다. 이 때 팔꿈치를 완전히 펴고 손바닥이 벽에 완전히 붙도록 한다. 이후 숨을 내쉬며 벽에 대고 있는 손의 엄지손가락을 반대쪽 손으로 감싼다. 이어 몸쪽으로 가볍게 당겨 15초간 자세를 유지한다. 양쪽 손을 번갈아 총 3회 반복해 하루 3세트 실시한다.
손목을 비롯해 허리와 목 등 다양한 직업병으로 병원을 찾는 승무원 환자가 부쩍 늘고 있다. 건강을 잘 챙기는 능력도 승무원의 프로 정신에 포함되는 만큼 승객의 안전과 함께 승무원 자신의 건강도 함께 챙기자. / 김영익 일산자생한방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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