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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덕 기자의 LawStory]외국發 밀반입 700% 급증…흔들리는 마약청정국

2021년 외국인 마약류 밀반임 물량 1016㎏에 달해

2020년보다 675% 급증…외국인 마약범죄도 폭증

주요국가는 태국·중국·베트남순…20·30대 마약 확산

매매는 물론 일부는 전달책으로 전락…실제 해외구금

檢 DB·협의체 구축에…국제 공조 체체 강화 등 대처

지난 8월 1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관세청 마약류 밀반입 예방 캠페인에 참가한 마약 탐지견들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지난해 외국인 마약류 밀반입 물량이 700% 가까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관광 등을 위해 입국하는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 외국인들이 필로폰·야바·엑시터시 등 마약류를 몰래 들여오면서 밀반입 물량이 크게 늘었다는 게 사정당국의 판단이다. 과거 외국인 마약 사범은 불법 체류자나 영어권 국가 출신 강사들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 태국 등 아시아계로 중심이 바뀌었다. 밀반입이나 매매 경로도 위챗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다크웹, 국제 우편 등으로 다양화되는 추세다. 게다가 외국발(發) 마약 공습에 내국인이 ‘전달책’으로 악용되거나, 매매까지 연루되는 등 범죄가 늘면서 사정당국이 ▲유관기관 협의체 구성 ▲조직폭력배·마약밀수 조직의 데이터베이스(DB) 구축 ▲국제 공조 체제 강화 ▲처벌 강화·범죄수익 박탈 등 대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이른바 ‘마약과의 전쟁’ 선포다.

28일 ‘2021 마약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마약류 밀반입 물량은 1016.1㎏에 달한다. 이는 2020년(131㎏)보다 675%나 급증한 수치다. 외국인 마약류 밀반입 물량은 2017년 26㎏에서 2019년 292㎏으로 늘었다. 2020년에는 다시 100㎏대로 줄었다가 다시 급증세로 돌아섰다. 마약류 밀반입이 늘면서 외국인 마약범죄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외국인 마약범죄 건수는 2339건으로 단 4년 새 2내 넘게 폭증했다. 국적별로는 태국이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017~2018년 가장 많았던 중국은 2위로 베트남이 3위로 뒤를 이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5일 '강남 유흥주점 사망 사건'과 관련해 마약 유통책 4명을 구속 송치했다. 벙거지 모자를 쓴 50대 A씨는 마약을 투약한 뒤 숨진 유흥주점 손님에게 생전에 마약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외국인들이 몰래 들여오는 대규모 마약이 20·30대 젊은 층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20대 마약사범은 전체의 31.4%에 달했다. 마약사범 3명 가운데 한 명이 20대인 셈이다. 2017년만 해도 20대 마약사범 비중은 15%로 연령별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해마다 20대 마약사범이 늘면서 지난해에는 1위를 기록했다. 이어 30대와 40대, 50대, 60대 순이었다. 19세 이하 마약사범은 2017년 단 0.8%였으나 현재는 2.8%까지 급증한 상태다. 게다가 외국인들이 조직폭력배까지 결정해 마약에 손을 대면서 사건 범위는 투약, 매매, 전달 등까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수원지검은 지난해 5월 폭력조직을 결정해 안산, 화성, 평택, 아산 등지에서 마약을 제조·유통한 우즈베키스탄·러시아 외국인 20여명을 재판에 넘겼다. 특히 SNS를 통한 유혹으로 한국인이 마약 전달책으로 쓰였다가 현지에서 구금당하는 사례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실제로 70대 B씨는 최근 태국 공항에서 긴급 체포됐다. 마약이 담긴 가방을 들고 한국행(行)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덜미가 잡힌 것이다. 고령의 나이인 A씨가 마약 범죄에 연루된 건 쪽지 등 온라인상 ‘달콤한 유혹’에서 시작됐다. ‘가방만 전달하면 목돈을 준다’는 이른바 ‘고액 알바’ 제의를 A씨가 수락했고, 결국 그는 머나먼 타국 수감시설에 갇히는 신세로 전락했다. 마약 밀매·유통 등을 목적으로 한 외국인 범죄가 증가하면서, 이에 연루되거나 공범으로 전락하고 있는 한국인이 늘고 있는 셈이다. 대검찰청이 경찰, 국가정보원, 관체청, 해양경찰청 등 유관기관과의 협의체 구성과 같은 특단의 조치에 적극 나서는 이유다.

전북경찰청 마약수사대가 마약을 비타민으로 위장해 밀반입한 뒤 국내에서 유통한 태국인 7명을 지난해 3월 8일 구속했다. 사진은 경찰이 이들에게서 압수한 피로폰 4.88㎏과 야마 7,600정. /전주=연합뉴스




검찰 한 고위 관계자는 “입국하는 외국인과 내국인이 마약 매매, 밀매 등을 위해 협업하는 사례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며 “바다 건너와 국내에서 마약범죄를 저지르는 외국인의 경우 적발해 추방하더라도 허위로 이름을 바꾸는 등 여권을 위조해 재입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방식으로 다시 마약범죄를 저지르는 사태를 막기 위해 DB 구축을 내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라며 “위조 여권으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외국인을 철저히 식별할 수 있는 방식을 현재 고심 중”고 덧붙였다. 국내 조직폭력배와 외국 마약조직의 현황을 파악해, 마약 범죄를 근절하고자 전국 조직폭력배 173개 계파(작년 기준) 범죄 정보를 수시로 파악하고, 전 세계 주요 마약 유입국에 대한 DB 구축에도 적극 나선다는 게 검찰 등 국내 사정기관의 계획이다. 또 유관기관 협의체를 구성하는 한편 수사관 파견, 수사정보 교환, 현지 검거·송환 등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EC) 등 30여개국과의 공조 체계도 한층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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