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발족할 국민의힘 두 번째 비상대책위원회 사령탑으로 직무 정지된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다시 등판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 5일 당헌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이준석 전 대표는 보수 진영의 텃밭인 대구에서 공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과 당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현재의 당 상황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보다 위험하다”고 진단하면서 윤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맹종’하는 현역 의원들에게 “죽비를 들어 달라”며 심판론을 꺼내 들었다.
4일 서울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위원회의 당헌 개정안 의결 직후 발표될 2차 비대위원장에는 주 위원장이 재신임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적 하자가 아닌 당헌의 미비로 첫 비대위가 열흘 만에 좌초된 만큼 당내 동의를 얻은 주 위원장에게 다시 운전대를 맡겨볼 만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당헌·당규 개정으로 법률적 하자가 치유됐으니 주 위원장을 재신임해도 법원이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한 3선 의원은 “관리 역량을 믿고 맡긴 주 위원장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야 한다”며 “'주호영 카드'를 버리면 이 전 대표에게 밀리게 되는 모습도 연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헌을 바꾼 뒤 주 위원장을 재추대하는 것이 국민 눈높이에 꼼수로 비쳐질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법원이 제동을 걸었던 1차 비대위 체제를 그대로 고수하는 것에 대해 추석 민심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것이라는 견해다. 한 4선 의원은 “법원이 당 체제에 변화를 가지라고 가처분을 인용했는데 또다시 주 위원장을 추대하면 어디에 변화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다만 주 위원장 이외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의견이 많다. 일각에서는 초·재선 의원을 위원장에 깜짝 발탁할 가능성도 회자되지만 경륜이 부족한 이들이 당내 구심점 역할을 하며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냐는 한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3선 의원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이 좋다”면서도 “인선이 마땅치 않다면 불가피한 대목(주 위원장 재신임)을 이해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때문에 큰 틀에서 1차 비대위를 유지한 채 소수 위원 인선에 변화를 줄 가능성도 나온다.
당헌 개정안 최종 의결을 앞두고 이 전 대표는 당과 힘겨루기에 나섰다. 이 전 대표는 대구에서의 기자회견에서 당헌 개정 추진을 ‘반헌법적’이라고 맹비난하며 현재 국민의힘이 탄핵 사태로 종결된 박근혜 정부 당시보다 더 위험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윤 대통령과 윤핵관을 겨냥해 각각 “국민의힘의 모든 구성원에게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 지적할 자유가 있다” “호가호위하는 그저 그런 간신”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대구 시민들을 향해 절대자를 맹종하는 세력들에게 “다시 한 번 죽비를 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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