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긴축과 경기 둔화 우려로 환율이 예상 밖의 급등세를 보이면서 1370원마저 돌파했다. 특히 원화 가치는 유로화·위안화 등 다른 통화 가치의 영향을 크게 받는 데다 역외 투자자의 공격적 매입까지 겹치면서 외환 당국의 경고 메시지도 통하지 않고 있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8원 80전 오른 1371원 4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원 40전 오른 1365원으로 출발한 뒤 상승 폭을 키우더니 결국 장중 1375원을 터치했다. 장중 가격 기준으로 2009년 4월 1일(1392원) 이후 1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환율 변동성이 커진 것은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면서 달러화 가치가 급등한 데 따른 영향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20년 만에 110선까지 치솟았다. 특히 유로화는 이날 장중 한때 1달러당 98센트 후반까지 떨어져 2002년 12월 이후 20년 만에 달러당 99센트선이 붕괴됐다. 러시아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 1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을 중단해 유럽 내 에너지 위기가 증폭된 탓이다.
정부는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약발이 듣지 않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관계 기관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필요하면 선제적으로 대응해 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환율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저항선은 1400원이 될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상승 국면에서 급등 국면으로 전환됐다”며 “대내적 요인보다는 대외 악재에 크게 휘둘리는 만큼 유로화 등 다른 통화 가치 추이가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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