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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하락에도 물가 둔화폭 적어…연준, 금리인상 고삐 조이나

[안갯속 美 물가정점론]

■美 8월 CPI 8.3% 상승

휘발유값 갤런당 3.76弗로 하락

항공 등 서비스 요금도 꺾였지만

식품값 오르고 에너지 뇌관 여전

근원은 0.4%P 올라 6.3% 뛰어

전문가들 "인플레 쉽게 안잡힌다"

월가 "긴축 강도 세질 것" 전망도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주유소 가격 표시판에 갤런당 3달러대의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8.3%로 6월 고점(9.1%)은 물론 전달인 7월 8.5%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 물가가 정점을 지나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는 고물가의 ‘주범’이었던 에너지 가격과 항공·숙박 요금 등이 고점 대비 크게 하락한 것이 원인이 됐다.

그러나 8월 CPI 연간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인 8.1%를 웃돌면서 미국 인플레이션이 예상만큼 쉽게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8월 근원 CPI는 1년 전보다 6.3% 올라 시장 예상 수준인 6.1%를 뛰어넘는 등 인플레이션이 에너지뿐만 아니라 다른 품목 전반으로 확산된 점이 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식품과 임대료 등 에너지를 제외한 다른 부문의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신중론도 여전하다. 물가 상승 속도가 둔화하더라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간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일단 연일 치솟던 인플레이션이 한풀 꺾였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12일(현지 시간) 뉴욕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1년 뒤 ‘기대 인플레이션’은 8월 5.7%로 고점을 기록했던 올 6월 당시 6.8%에서 1%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전달인 7월(6.2%)에 이어 2개월 연속 하향 추세다. 가계를 압박하는 40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내년이면 확연히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3년 뒤와 5년 뒤 기대 인플레이션도 각각 2.8%, 2%로 낮아졌다.



이는 최근 미국의 전반적인 물가 사정이 나아지는 상황과 관련이 크다. 우선 물가 급등세를 주도했던 에너지 가격이 하향 추세로 돌아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3월 한때 배럴당 120달러를 넘겼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최근 90달러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휘발유 평균 가격(갤런당)도 6월 5.02달러에서 이달 7일에는 3.76달러로 뚝 떨어졌다.

물가 상승을 자극했던 서비스 요금도 낮아지고 있다. 항공 정보 업체 호퍼에 따르면 미국 국내선 항공의 평균 요금은 5월 약 397달러에서 7일 현재 약 287달러로 100달러 이상 내렸다. 현지 호텔 요금도 8월 들어서는 전월 대비 4.6%가량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팬데믹 동안 고물가의 주요 원인이었던 중고차 가격은 8월 한 달 동안 1% 이상 하락하는 등 감소세가 확연하다”고 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대체로 ‘물가가 정점을 찍었다’고 보고 있다. 조너선 골럽 크레디트스위스 주식전략가는 “물가 하락이 이미 여러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며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1년 뒤, 길어야 1년 반 후에는 ‘붕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고물가가 꺾였다고 판정을 내리기에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특히 주목되는 변수는 국제 유가다. UBS는 “선진국들이 전략비축유 방출을 종료하고 러시아산 원유 가격에 상한을 도입하는 등 변수들이 남아 있어 글로벌 원유 공급이 갑자기 부족해질 수 있다”며 유가의 상승 반전이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경계했다.

고공 행진하는 주거비 역시 물가 정점론을 위협하는 불안 요소다. 앞서 6월 전월보다 0.8% 오르며 36년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률을 기록했던 미국 임대료는 7월에도 0.7%의 가파른 상승률을 이어갔다. 이 밖에 임금 인상은 물가 상승률을 언제든 키울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최근의 서비스 요금 하락도 지금이 비수기인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항공 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제한이 풀리면서 올해 추수감사절에 항공료가 최근 5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상승 폭을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블레리나 우루치 T로프라이스 수석미국이코노미스트는 “근원 소비자 물가는 앞으로 2개월가량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역시 섣불리 예상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는 것을 기점으로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연말이 다가오면서 물가가 다시 꿈틀댈 경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긴축 고삐를 다잡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레그 젠슨 브리지워터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간이 지나면 인플레이션이 알아서 낮아질 것이라는 믿음은 너무 낙관적”이라며 “가격 압력은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강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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