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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교권 다시 세우자] 유명무실한 교권보호위…“학생지도 권한 강화하고 학생부 기록 남겨야”

(중) 교사 수업권·학생 학습권 균형 필요

법령과 학칙으로 학생 지도하는

'생활지도법' 마련 목소리 높아

일각선 '과잉입법' 주장도 제기

인성교육으로 상대 배려심 함양

"신뢰의 교육공동체 만들어야"

기사와는 특별한 연관성 없음. 연합뉴스




# 미국의 스승의날은 5월 첫째 주 화요일이다. 스승의날이 낀 일주일은 ‘스승 감사 주간’이다. 아이들은 정성껏 감사 카드를 만들어 교사에게 전달하고 학부모들은 대형마트에서 파는 5달러·10달러짜리 기프트카드를 구입해 아이에게 들려 보내기도 한다. 학생들이 담임교사가 좋아하는 색상의 옷을 맞춰 입고 등교하는 이벤트도 열린다.

#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2019년 5월 15일 스승의날. 전국 초중고 700여 곳이 학교장 재량으로 휴업했다. 촌지 문화가 거의 사라지고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상황에서도 괜한 오해와 분란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당시 한 초등학교 교사는 ‘차라리 스승의날을 폐지하고 교육의 날로 바꾸자’는 국민 청원을 올렸다.

한미 양국의 스승의날 풍경은 교사 권위·권리에 대한 존중과 구성원 간 배려 차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어렸을 때부터 교사를 존경하는 문화를 강조하고 학생·학부모·교사 등 교육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를 배려하는 분위기를 만들려 노력한다. 반면 ‘군사부일체’를 강조했던 한국에는 스승의 권위 존중은커녕 교사의 권리를 가볍게 여기는 풍조가 만연하다. 교사의 정당한 권리인 수업권이 침해받아도 실효적인 조치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장기간 방치되고 있다. 무너진 교권을 재확립하고 교사의 수업권과 학생의 학습권이 동시에 보호되는 교육 현장을 위해 법·제도 정비와 함께 교육 공동체 구성원들이 상대방을 배려하는 의식 변화와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사 생활지도 강화 법안 속속 발의…교권 침해 학생과 피해 교사 분리=2019년 4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 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이 개정됐다. 교사의 교육 활동이 침해받을 경우 관할 교육청이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는 등 교권 및 교육 활동 보호 제도가 강화됐지만 현장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학교교권보호위원회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교직 사회의 저승사자법’이라고 불리는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특례법에 근거한 신고 사건이 폭증하는 등 교사들의 활동이 극도로 위축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8월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교사의 생활지도권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과 교원지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교권 침해 학생에 대한 교권보호위의 처분을 학생 생활기록부에 기록, 교권 침해 학생과 피해 교원 분리 조치 등의 조항이 담겼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달 초 교사의 학생 지도 권한을 강화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동법 제18조에 규정된 ‘학생의 징계’를 ‘학생의 징계 및 지도’로 바꾸고 ‘학교장과 교원이 교육을 위해 필요한 경우 법령과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교권 보호와 교사의 학생 지도 권한 강화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생활지도 강화 법안을 둘러싼 쟁점은 교권 침해 학생에 대한 교권보호위 처분의 학생부 기록이다. 교권 침해를 억제하기 위해 교사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 ‘과잉 입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거에 비해 학부모들의 권리 의식이 높아진 상황에서 학생 처벌·제재만 강화하면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본부장은 “전국 유초중고 교사 86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77%가 교육 활동 침해에 대한 교권보호위 처분을 학생부에 기록하는 방안에 대해 찬성했다”면서 “갈수록 문제 행동에 무감각해지는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예방하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생활지도법 마련 외에도 학교교권보호위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해 전문성과 책임성을 담보하고 학교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교원이 요청하는 형사처벌 규정에 의거한 교육청 차원의 고발 등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학교 내 학생 휴대폰 소지·사용에 따른 학습권·교권 침해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인성 교육 강화하고 교직 사회도 윤리 실천 통해 신뢰 회복해야=교육계는 교권 보호를 위한 법·제도 정비와 행정적 지원이 교사의 교육 활동을 보호하는 데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법·제도 정비가 교권 보호의 필요조건일 수 있지만 학교 현장이 상호 신뢰와 배려를 바탕으로 운영되기에는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유윤식 교사노조연맹 정책위원장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갈수록 형해화하는 상황에서 법률 개정만으로 학교 현장이 달라지기는 어렵다”면서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수업·지도권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는 방안과 분위기 조성을 위해 교육 당국과 학부모·교사가 함께 사회적 논의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가정에서 자녀에 대한 인성 교육을 강화해 교사, 동료 학생의 권리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가르치고 교직 사회도 윤리 실천을 통해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등 교육 공동체 구성원들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전제상 공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은 인간에 대한 신뢰와 이해를 전제로 하는 만큼 교육 공동체는 구성원 간 상호 존중을 토대로 운영돼야 한다”면서 “정책·법률적 뒷받침과 함께 일선 학교도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 등을 통해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건강한 교육 공동체를 만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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