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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의 칩 비하인드]韓기업 공유 '반도체 플랫폼' 만들자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파운드리 경쟁력의 척도는 'IP 확보'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 위해서는

IP·팹리스 동일한 사용환경 만들어

검증기간·비용 줄여 경쟁력 향상을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그동안 민·관의 많은 노력과 지원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경쟁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중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스마트폰용 반도체인 AP(Application Processor)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한때 세계 1위였으나 갈수록 그 순위가 낮아지고 있다. 스마트폰이 사용되던 초기에는 애플과 삼성전자의 제품에 모두 국내에서 개발한 AP가 사용됐다. 하지만 현재는 삼성 스마트폰 중에서도 일부 제품에만 사용되고 있으며 시장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따라서 이러한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시스템반도체 산업은 회로를 설계하는 팹리스 산업과 설계된 회로를 받아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산업으로 나뉜다. 반도체 개발 복잡도가 증가함에 따라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연결해주는 기업들이 부상하고 있다. 팹리스 기업들이 모든 회로를 자체적으로 설계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별화되는 기능만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그 외 기능들은 다른 회사가 만들어 놓은 회로를 사용하는 추세다. 예를 들어 USB 접속 기능은 여러 반도체에서 공통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공통된 기능만 전문적으로 설계하는 회사가 따로 있으며 이러한 회사가 만든 회로를 IP(Intellectual Property)라고 부른다.

IP 경쟁력은 파운드리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얼마나 많은 IP를 확보하느냐가 파운드리 경쟁력의 중요한 척도다. 파운드리 사업을 오래 한 TSMC를 후발 주자인 삼성 파운드리 사업이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이 IP 경쟁력이다. TSMC가 오랜 기간 확보한 많은 IP를 삼성전자가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이렇게 중요도가 증가하는 IP 산업에서 미국 혹은 영국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고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은 미미하다. 따라서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위기 돌파를 위한 대책으로 IP 산업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이 유력한 방안이 될 수 있다.

국내 IP 산업을 지원하는 정부 사업이 예전에도 있었으나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이유는 IP의 개발에 지원이 집중된 반면 개발된 IP들의 검증에는 소홀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IP의 신뢰도가 보장되지 않아 이들을 사용해야 하는 팹리스로부터 외면받은 것이다. 따라서 IP 지원 사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개발된 IP 신뢰도 확보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IP 신뢰도가 낮은 이유는 IP 개발사가 사용하는 환경과 이 IP를 사용할 팹리스의 환경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개발 시에는 잘 동작하던 IP도 달라진 환경에서 잘못 동작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환경의 불일치를 없애는 좋은 방법은 IP 개발사와 팹리스가 동일한 환경을 사용하는 것이다. 즉 IP 개발 및 사용을 위한 공통의 반도체 플랫폼을 만들고 이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통된 플랫폼을 서로 다른 기업들이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미 각 기업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 개발한 자체 플랫폼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공한 시스템반도체 기업들은 대부분 큰 규모의 글로벌 기업들이다. 이들을 상대로 국내 기업들이 각각 따로 경쟁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이에 따라 국내 IP 기업, 팹리스 및 파운드리가 모두 힘을 합쳐야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위해 모든 기업들이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반도체 플랫폼인 가칭 K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공통 K플랫폼 기반으로 개발된 IP를 사용하면 팹리스의 검증 기간 및 비용을 단축시킬 수 있다. 또 IP가 검증되면 이를 개발한 IP 기업을 성장시킨다. 한편 검증된 IP들이 많아지면 이를 확보한 파운드리의 경쟁력도 향상된다. 그 결과 팹리스·파운드리 및 IP 기업들을 모두 성장시켜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전반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다만 자체 플랫폼을 대신하는 K플랫폼의 활용을 위한 노력과 비용이 개별 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보상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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