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을 계기로 반의사불벌죄를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전주환의 범행동기를 두고 경찰이 '원망'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 "경찰이 어떻게 원망과 앙심도 구분 못하나"라고 지적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21일 전파를 탄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전주환은) 살해 의지를 가지고 냉철한 판단으로 앙심을 품고 사람을 죽인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경찰이 이제 수사 과정 중에 아마 '원망 때문에 죽였느냐' 이렇게 물어보고 그 부분에 대해서 이 피의자가 시인을 한 것 같다"면서 "그러다 보니 범행동기를 '원망 때문에 죽였다' 이렇게 발표한 것이다. 유감이었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이어 "(피해자가) 카메라등 촬영죄로 신고하고 이후에 스토킹으로 신고했다. 그 사이에 있었던 모든 것을 앙심을 가지고 대응했는데 그걸 갑자기 재판과 연관된 원망만으로만 축소해서 범행동기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그걸 피의자가 얘기를 해도 언론에 그런 식으로 브리핑을 하면 안 된다. 결국에는 원망의 대상이 돼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이날 전주환이 검찰에 송치되기 전 취재진 앞에서 "죄송하다. 제가 진짜 미친짓을 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선 "피해자한테 죄송해야 하는 상황인데 내 입장에서 이 사건 자체가 유감이라고 이야기하는 느낌이라 진정성이 없어 보였다"면서 "굉장히 치밀하고 이성적인 판단에 의한 계획살인인데 그래놓고 이제 와서 ‘미친짓 했다’고 말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이 사람(전주환)은 (피해) 여성을 자신을 이 지경에 빠뜨린 무슨 문제 시작 지점 정도로 보는 것 같다"면서 "자기가 한 짓에 대한 통찰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상황을 짚었다.
여기에 덧붙여 이 교수는 "본인이 불법 행위를 하고 스토킹을 하고 사람을 위협을 하고 죽이겠다고 하고 그런 행위들을 하며 결국에는 이 지경까지 왔는데 결국은 피해자 탓이다 이런 얘기로 들려서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거듭 강한 어조의 비판을 이어갔다.
더불어 이 교수는 이번 사건과 같은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 '반의사 불벌죄'를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 사람도 (스토킹 재판에) 합의를 안 해준다고 앙심을 품고 간 것 아니냐"면서 "경찰도, 가해자도 피해자 입만 들여다보고 피해자가 포기하는 순간에 그냥 다 유야무야될 수 있는 사건이니까 너만 조용히 된다 이런 식으로 몰아붙이는 나라가 어디 있나"라고 물었다.
전주환은 지난 14일 오후 9시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여성 역무원 A(28)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지난 16일 구속됐다. 전주환은 불법촬영과 스토킹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9년형을 구형받고 선고를 앞둔 당일 범행을 저질렀다.
전주환과 A씨는 2018년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로 A씨는 약 2년간 전주환에게 스토킹을 당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전주환은 검찰에 송치되는 과정에서 포토라인에 선 채 "정말 죄송하다", "제가 진짜 미친 짓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감정적으로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건조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전주환은 포토라인에서 대기하던 취재진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기도 했고,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하는 호송차량을 타면서는 혀를 내밀며 입맛을 다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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