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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나타난 '8월 경상 적자'…이대론 '쌍둥이 적자' 배제 못해

■경상수지 적자 전환…경제 버팀목 '빨간불'

원자재수입 급증에 상품수지 -44.5억弗

서비스수지도 7.7억弗 적자로 전환

한은 "9월·연간 흑자낼것" 전망했지만

원유 감산·경기 둔화 등 불확실성 고조

외환수급 불균형 등 펀더멘털 약화 우려

7일 부산항 신선대 부두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한국은행은 근 한 달 전부터 8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을 수시로 언급하면서 시장에 미칠 충격을 미리 줄이는 데 주력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경상수지 적자가 경제위기를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서둘러 예방주사를 놓은 셈이다. 그만큼 경상수지 적자 전환이 갖는 함의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실제 경상수지 악화는 과거 우리나라 경제위기 때마다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전조 현상이었다. 경상수지 흑자가 감소하면 외환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면서 환율 급등, 물가 상승, 외환보유액 감소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해 경제 펀더멘털이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됐다. 한은은 연간 경상수지가 흑자를 낼 것이라며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하지만 연내 한미 금리 역전 폭이 1%포인트 이상 확대될 가능성이 큰 만큼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7일 한은이 발표한 ‘2022년 8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8월 경상수지는 30억 5000만 달러로 적자 전환했다. 경상수지는 상품수지에 운송·여행 등 서비스수지와 배당·이자 등 본원소득수지까지 합친 개념이다. 배당금 지급 등 계절적 요인으로 매년 일시적인 적자가 발생하는 4월을 제외하고 경상수지가 적자를 낸 것은 2012년 2월 이후 한 번도 없을 만큼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월별로는 4월 이후 4개월 만에 적자 전환한 셈이지만 8월 기준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낸 것은 2008년 8월(-38억 5000만 달러)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한 것은 상품수지가 전년 동월 대비 104억 8000만 달러 줄어들면서 44억 5000만 달러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상품수지는 무역수지에 국내 기업이 해외 공장에서 생산 후 수출한 것까지 포함한 개념으로 7월 10년 3개월 만에 적자로 전환한 뒤 두 달 연속 적자를 냈다. 8월 수출이 572억 8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1억 달러(7.7%) 증가하는 동안 수입이 617억 3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45억 8000만 달러(30.9%) 급증한 탓이다. 수입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원자재 수입이 급증한 가운데 자본재와 소비재 수입도 크게 늘었다. 특히 석탄(132.3%), 가스(117.1%), 원유(73.5%) 등 원자재 수입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수출은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보였으나 반도체 수출이 7.0% 감소하면서 증가 폭이 축소됐다. 대중(對中) 수출 역시 5.4% 감소했다.





서비스수지도 16억 2000만 달러 감소하면서 7억 7000만 달러 적자로 전환했다. 특히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12억 달러 적자가 발생했다. 국내 대기업의 특허권 사용료 지급이 증가한 영향인데 일회성 요인이지만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와 맞물리면서 경상수지 적자 폭을 더욱 키웠다. 각국 방역 완화로 여행수지 적자도 8억 6000만 달러에서 9억 7000만 달러로 확대됐다. 여행수지는 구조적인 만성 적자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날 한은은 이례적으로 경상수지 수치와 함께 전망 자료를 동시 배포했다. 9월에는 무역수지 적자가 축소된 만큼 경상수지가 다시 흑자로 전환할 뿐만 아니라 연간으로는 흑자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글로벌 경기 상황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향방,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확대돼 월별 변동성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OPEC+가 감산을 결정한 것도 경상수지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높은 수준의 에너지 수입이 이어지는 데다 최근 증가하는 해외여행 수요도 경상수지 개선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지막 버팀목이었던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서면서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도 갈수록 흔들리고 있다. 재정수지 적자에 경상수지 적자까지 쌍둥이 적자 가능성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넘은 후 하루 변동 폭이 10원 이상으로 확대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정책금리를 4.5%까지 올릴 수 있는 만큼 연말 한미 금리 역전 폭은 최소 1%포인트 이상 벌어질 수 있어 자본 유출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상수지가 다시 흑자로 전환하려면 국제유가가 안정돼야 하는데 기대만큼 떨어질지 의문”이라며 “상품수지도 과거만큼 흑자를 내기 어려운 구조인데 공급망 문제가 해결될수록 운송수지 흑자가 줄고 해외여행도 늘어나면서 서비스수지 역시 불안해 경제 상황을 낙관적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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