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오는 26일 국내 은행장들과 만찬 회동을 가진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부실 가능성이 높아지는 데다가 최근 강원도 레고랜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부실 사태로 자금시장 불안마저 커진 상황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오는 26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정기이사회 이후 은행장들과 만찬을 가진다. 은행연합회 정기 이사회는 한 달에 한번 열린다. 이사회 후 만찬에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국회 정무위원장, 경제부총리 등을 번갈아 초청해왔다. 지난 9월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참석해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한 만기 연장·이자상환유예의 재연장, 금융권의 규제 개혁, 내부통제 제도 운영 등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만찬 회동에는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한국씨티은행, IBK기업은행, 카카오뱅크 등의 은행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회동이 친목 성격의 자리이긴 하나 최근 금리 상승, 부동산 PF 부실 우려 등으로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진 만큼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회사채 금리가 오르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 대신 은행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그 결과 은행들이 은행채를 발행해 재원을 조달하면서 9월 한 달 은행채 발행액(25조8800억 원)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레고랜드 사태까지 겹치면서 채권 시장의 혼란은 가중되는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의 가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SPV는 저신용등급을 포함한 회사채·CP(기업어음) 매입기구로 정부가 위험흡수 재원을 지원하고 한국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며, 산업은행이 매입기구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지난 2020년 7월 SPV를 공식 출범해 지난해 연말까지 약 1년6개월 간 운영한 바 있다. 증권 업계에서는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를 재가동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금융안정특별대출 제도란 코로나19 위기 당시 한국은행이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에 회사채를 담보로 자금을 대출해준 제도를 의미한다. 한국은행은 지원 실적 없이 지난해 2월 제도 운영을 종료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올해 기준금리가 최종 3.5%가 될 가능성이 높은 데 따라 다중채무자, 서민층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점도 관건"이라며 "친목하는 자리라고 하나 상황이 상황인 만큼 시장에 대한 얘기를 안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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