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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과 다른 길 걷는다…네이버·쿠팡의 배송, 뭐가 다른 거야?[똑똑!스마슈머]


“정확한 상품 도착일, 네이버가 보장합니다” 네이버가 빠르고 정확한 배송 서비스 강화에 나섰습니다. 그동안 네이버는 53만 명에 이르는 판매자를 기반으로 방대한 상품 및 가격 비교 서비스에서의 막강한 경쟁력을 보여줬지만 빠르고 정확한 배송에서만큼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데이터를 활용해 언제 도착할 확률이 높다는 정도의 정보를 제공해주긴 했으나 내일이면 내일, 모레면 모레 같이 구매자가 신뢰할만한 수준의 배송 품질을 보장하지 못했죠. 이 때문에 ‘로켓배송’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는 쿠팡과 비교해 아쉽다는 평가가 뒤따랐습니다. 하지만 네이버가 이를 타개할 묘책으로 ‘풀필먼트 연합군(NFA)’라는 ‘얼라이언스(연합) 모델’을 선보이며, 배송 서비스를 혁신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드러냈습니다.

이윤숙 네이버 포레스트 CIC 대표가 지난 3일 서울 강남구에서 진행한 네이버 브랜드 파트너스 데이에서 네이버 커머스 비즈니스의 방향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 제공=네이버




쿠팡 ‘로켓배송’처럼…네이버도 익일 배송 정확도 높인다


지난 3일 네이버는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코엑스 호텔에서 70여 개 브랜드사가 참여한 ‘브랜드 파트너스데이’를 열고 CJ대한통운(000120) 등 물류 파트너사들과 공동 개발한 ‘네이버도착보장’ 솔루션을 공개했습니다. 이는 고객들이 상품 도착일을 안내 받고, 해당 날짜에 정확하게 배송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솔루션입니다. 네이버가 주문 데이터, 재고 현황, 배송 지역 등의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고객에게 높은 정확도의 도착일을 안내하고, 만약 이 날짜에 배송되지 않을 경우 네이버가 별도 보상을 하는 거죠. 또한 주요 물류·배송 파트너사인 CJ대한통운의 ‘융합형 풀필먼트 서비스’ 역량을 고려할 때 도서 산간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의 90% 이상의 지역에서 익일 배송이 구현될 것으로 보입니다.



장진용 네이버 포레스트 CIC 책임리더는 “고객들이 네이버에게 기대하는 것은 빠르고 정확한 배송”이라며 “‘도착보장’이라는 별도의 태그가 붙은 상품들에 대해 빠르고 신뢰도 높은 배송을 보장한다는 직관적인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네이버는 2025년까지 생필품 등 일상 소비재 물량의 절반을 ‘네이버도착보장’ 솔루션으로 소화한다는 목표입니다.

물류 투자 큰 쿠팡…‘물류=비용’ 공식 깬 네이버


지금까지 국내 e커머스 업계에서는 쿠팡의 ‘로켓배송’이 빠르고 정확한 배송의 표본처럼 꼽혀왔습니다. 쿠팡은 지난 수년간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전국 곳곳에 대형 풀필먼트 센터와 배송 캠프들을 대거 건립했습니다. 이곳에 직매입한 상품들을 미리 입고시키고, 자체 고용한 배송 기사들이 고객의 주문에 맞춰 실시간으로 상품을 배송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빠른 배송의 혁신을 이뤄냈죠.

쿠팡의 배송 차량/사진 제공=쿠팡


하지만 네이버는 쿠팡처럼 자체 물류센터도, 직접 고용한 배송기사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네이버가 이처럼 빠르고 확실한 배송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자신한 배경에는 네이버가 지난 2년간 공들여 온 ‘얼라이언스 모델’, 즉 풀필먼트 연합군(NFA)이 있습니다.

네이버는 2020년 CJ대한통운과의 지분교환을 시작으로, 지난해 CJ대한통운을 비롯한 다양한 스마트 물류 스타트업들과 함께 하는 NFA를 구축했습니다. 생필품의 빠른 배송에서는 CJ대한통운이, 동대문 패션 상품 배송에서는 신상마켓이, 전문적인 가전·가구 배송에서는 하우저가, 소상공인들 상품 배송에서는 파스토, 두핸즈 등이 맡는 방식이죠. 기존에 물류·배송업을 하는 사업자들의 물류센터와 배송 역량을 활용하기 때문에 네이버 입장에서는 이들을 한 곳에 모아 활용할 플랫폼만 마련하면 됩니다. 즉 쿠팡처럼 자체 물류센터를 건립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만 들이면 되죠. 장 책임리더는 “네이버는 CJ대한통운 및 스마트 물류 스타트업들과 함께 물류 데이터 플랫폼을 고도화해왔다”며 “직매입 모델과 비교해 비용 효율이 높은 연합 모델을 통해 판매자들의 다양한 배송 수요를 다채로운 방식으로 풀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CJ대한통운의 곤지암 풀필먼트 센터/사진 제공=CJ대한통운




얼라이언스 모델은 이미 글로벌에서도 검증된 모델이기도 합니다. 중국의 알리바바와 동남아시아의 쇼피파이가 대표적이죠. 알리바바는 창고·운송·택배 등 물류 전 영역에 걸쳐 다양한 제휴사와 전국 단위 물류 네트워크를 형성했으며, 이들을 자사의 데이터 플랫폼 ‘차이니아오’에 연결했습니다. 알리바바, 타오바오, 티몰 등의 쇼핑몰에서 주문이 발생하면 ‘차이니아오’와 연동된 다양한 물류·배송 제휴사들이 배송을 책임지죠. 쇼피파이의 경우에도 커머스 데이터와 물류 데이터를 연결해 판매자 성장을 지원하는 물류 솔루션을 제공하는 얼라이언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판매자에게도 물류 데이터 제공…동반 성장 생태계 구현


네이버는 얼라이언스 모델이 판매자와 동반 성장하는 생태계를 구현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봤습니다. 일례로 네이버는 상품 광고와 별개로 ‘네이버 도착 보장’ 상품만 따로 모은 전문관을 마련해 판매자에게 상품 노출의 기회를 추가로 제공할 계획입니다. 또 직매입 모델에서는 판매자들이 상품이 어떻게 배송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 받지 못했지만, 얼라리언스 모델에서는 판매자들에게 이를 제공해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윤숙 네이버 포레스트 CIC 대표는 “대다수 브랜드들은 유통과정에서의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워 상품을 기획·개발·마케팅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며 “인공지능(AI) 개발자나 데이터 분석가 없이도 네이버의 기술 솔루션들을 통해 브랜드들이 D2C(고객 직접 판매)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네이버의 방향성”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연합 모델의 단점은?…협력사에 따라 배송 품질 들쑥날쑥


장진용 네이버 포레스트 CIC 책임리더가 지난 3일 서울 강남구에서 진행한 네이버 브랜드 파트너스 데이에서 ‘네이버도착보장’ 솔루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 제공=네이버


하지만 얼라이언스 모델이 결코 완벽한 물류·배송 모델은 아닙니다. 비용을 줄이고 협업을 통해 다양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데에는 좋은 모델이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기 때문이죠. 바로 물류·배송 파트너사의 상황에 따라 서비스가 유동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메쉬코리아의 경우 올해 7월 NFA에 합류했지만 지난달 말 경영권 매각 이슈화 함께 사업을 축소하면서 NFA에 합류한 지 불과 2개월 여 만에 풀필먼트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이 때문에 네이버 판매자들은 NFA에서 메쉬코리아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됐죠. 또 올해 초 있었던 CJ대한통운의 대형 파업 사태가 다시 발생할 경우에도 네이버는 제대로 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반면 직매입·배송의 구조를 갖는 쿠팡은 자체 물류·배송망을 활용하기 때문에 이 같은 리스크가 없죠.

이에 대해 장 책임리더는 “협업 업체들의 사업적 위기 상황은 언제든지 닥칠 수 있다”며 “협력사들이 안정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지에 대해 소통하고, 서비스가 어려울 것 같으면 그에 맞는 대응책을 마련해 판매자들이 피해 입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수년 간 국내 e커머스 업계에서 쿠팡은 전국 단위의 자체 물류센터를 활용한 직매입·배송 구조로 배송 혁신을 이뤘습니다. 소비자들은 쿠팡이 만들어낸 빠른 배송에 점점 익숙해졌고, 다른 쇼핑 플랫폼들에게도 빠르고 정확한 배송을 기대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네이버는 쿠팡과는 다른 ‘얼라이언스 모델’을 택했습니다. 과연 네이버가 쿠팡의 로켓배송에 맞서 빠르고 정확한 배송 서비스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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