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범 6개월이 됐지만 아직 우주항공 컨트롤타워를 어떻게 할지 컨센서스가 안 돼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범부처 조율, 통합 연구개발(R&D), 산업화, 우주탐사, 인재양성을 포괄적으로 기획해 추진할 수 있는 위상과 기능을 가져야 합니다.”
한국항공우주학회 등 한국우주과학기술단체연합회와 서울경제가 8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함께한 ‘우주항공 컨트롤타워의 위상과 과제’에 관한 특별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국가전략기술인 우주항공 분야에서 경제와 외교·안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컨트롤타워를 확실히 세워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정부는 특별법 형태로 경남 사천에 우주항공청을 설립하기로 했으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가 될 가능성이 커 국방부·산업통상자원부 등 범부처를 망라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일부에서는 국가우주위원회를 방송통신위원회나 금융위원회처럼 행정기구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최정열 항공우주학회 부회장(부산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특정 부처에 소속된 우주청은 실행기구이지 컨트롤타워가 될 수 없다”며 “국가우주위원회가 위원장은 총리이지만 소속은 대통령실 산하라 상설기구로 만들면 장기 기획·추진과 부처 간 갈등 조율이 용이해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경근 국방과학연구소(ADD) 국방위성체계단장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은 K우주방위산업이라는 우주개발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하지만 다부처 사업 추진시 부처 간 규정 등의 차이로 조율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아 (우주 컨트롤타워가) 총리실이나 대통령실에서 조율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주 컨트롤타워에 국방쪽도 참여해 조율하되 집행은 군의 특수성을 감안해 현재의 틀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주요 위성 사업 중에서도 군 정찰위성 사업(425 사업) 지연에 이어 다부처 초소형 위성 사업 등 부처 또는 기관 간 조율 미흡으로 애로를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준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상무는 “우주기술 개발은 과기정통부, 산업화는 산업통상자원부, 안보는 국방부로 나뉘어 있는데 현재 국방 수요가 제일 많다”며 “우주항공청이 범부처 기능을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한영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엔진개발부장도 “우주항공청을 만들더라도 과기정통부와 국방부가 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우주항공 컨트롤타워가 뉴스페이스 시대를 준비하는 전진기지가 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준 항우연 전략기획본부장은 “NASA는 상업용 궤도운송서비스(COT우S) 프로그램 등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용해왔다”며 “우주항공청이 발사체·위성 연구, 우주경제 창출, 국방우주, 우주탐사를 포괄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NASA는 2005~2013년 COTS 프로그램을 통해 벤처기업에 기술 개발 이정표와 비용을 제안하도록 했다. NASA와 미 공군이 스페이스X의 초기 고객 역할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NASA는 미국 대통령 직속으로 운용된다.
김 단장은 “지난해 5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사일 지침이 개정된 뒤 모든 무기 체계를 우주와 연계해야 되는 상황”이라며 “(공공 연구기관은) 민간이 할 수 없는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민간이 할 수 있는 영역은 기업에다 맡기려고 하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송경민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장(KT Sat 대표)은 “우주항공청이 임팩트(영향력)가 큰 R&D를 통해 내수를 키우고 수출을 지원해야 한다”며 “민관이 어떻게 협업할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송 회장은 이어 “충분한 예산을 갖고 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을 일관되게 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상무는 “우리는 아직 뉴스페이스로 가지 못하고 있는데 정부가 발주하는 발사체나 위성 물량이 부족해 민수시장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며 “산학연정이 우주 산업화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진 LIG넥스원 상무는 “레이저통신 등 아직 우리나라가 확보하지 못한 기술을 놓고 절충교역(무기 판매국이 수입국에 기술이전과 부품 발주) 등을 통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민관이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위성정보서비스사인 나라스페이스의 박재필 대표는 “우주스타트업을 키워야 하는데 과기정통부·산업부·중소벤처기업부 사이 지원 공백을 메우고 우주 모태펀드도 만들어야 한다”며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아이스페이스 등 우주스타트업을 미국 주도 아르테미스 미션에 참여하게 해 성장 동력을 확충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형준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팀장은 “우주정책은 R&D 정책을 넘어 국가 전략으로 진화해야 한다”며 “우주개발진흥법에 담지 못하고 있는 산업·안보·외교와 관련된 내용을 포괄하는 우주기본법 제정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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