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 붐을 타고 이색 테마 상품이 쏟아졌으나 거래가 부진해 상장 기본 요건조차 유지하지 못하는 상품이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는 순자산 총액이 50억 원 미만인 소규모 ETF의 경우 상장폐지 우려가 있는 데다 투자금을 일부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순자산 총액이 50억 원 미만인 소규모 ETF는 72개로 전체 631개 중 11.4%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중순에는 47개였는데 1년 새 53% 증가한 셈이다.
특히 지난해 이후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를 앞세워 상장한 ETF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예컨대 지난해 말 NH아문디자산운용이 국내 최초로 골프 산업에 투자하는 ‘HANARO Fn골프테마 ETF’를 내놓았지만 현재 순자산 총액은 45억 원에 불과하다. 이 외에 KB자산운용의 ‘KBSTAR 글로벌원자력iSelect(49억 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RX BBIG K-뉴딜레버리지(39억 원)’,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글로벌희토류전략자원기업MV(42억 원)’ ‘ARIRANG 탄소효율그린뉴딜(31억 원)’ 등도 지난해~올해 초 이색적인 테마로 상장 당시 시장의 주목을 받았으나 현재 순자산 총액은 50억 원을 밑돌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 다양성 차원에서 여러 형태의 ETF가 출시되는 것은 나쁘지 않다”면서도 “다만 순자산 총액이 50억 원 미만이면 투자자들에게 거의 외면 받다시피 한 상황으로 향후 ETF로서 기능이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을 끌지 못한 ETF들이 증시에서 퇴출되면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장 이후 1년이 지난 ETF가 순자산 총액이 50억 원 아래로 떨어진 뒤 다음 반기 말까지 이를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황 연구원은 “유동성이 높지 않은 ETF는 기초자산 매각 과정에서 할인율이 높게 적용될 수 있다”며 “분배금 확정에도 시간이 꽤 걸리는데 이 기간에 투자자들이 투자를 멈춰야 하기 때문에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 업계에 따르면 ETF가 매매거래정지된 후 해지 상환금을 지급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국내주식형의 경우 최대 3일이며 해외주식형은 9영업일 이상 걸릴 수 있다.
이미 올해 ‘KINDEX Fn K-뉴딜디지털플러스’ ‘파워 중기국고채’ ‘KBSTAR 코스피ex200’ ‘SOL 선진국 MSCI WORLD(합성H)’ 등 4개 상품은 유동성 부족으로 상장폐지됐다. KB자산운용의 ‘KBSTAR 200건설’은 앞서 7월 ETF 신탁 원본액 및 순자산 총액이 50억 원 미만이어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는데 12월 말에도 지정 사유가 계속되면 상장폐지될 예정이다. 현재 순자산 총액은 28억 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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