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을 무조건 경기의 ‘심판’으로 보고 규제를 남용하면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플랫폼은 시장의 중개자와 공급자 역할을 동시에 하는 ‘이중적 지위’ 때문에 당국으로부터 ‘선수가 심판 역할을 맡아 불공정 경쟁 행위를 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이런 우려에 대비하되 구체적 기준 없이 플랫폼이라는 이유만으로 과도하게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박세원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가 21일 여의도 국회에서 공동 개최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의 올바른 방향성’ 토론회에 참석해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박 교수는 “플랫폼의 이중적 지위는 이해상충의 소지가 있지만 ‘선수-심판론’과는 분리해 (규제에) 접근해야 한다”며 “플랫폼은 입점업체의 상품·서비스를 중개하는 동시에 입점업체와 경쟁하는 역할을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대로 소비자 가격을 결정하는 등 경기 룰을 무시하는 행위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그런 행위를 한다면 진짜 심판인 경쟁당국이 제재를 가하면 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최근 공정위가 추진하는 플랫폼 규제 강화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심사지침)을 구체적 기준을 담아 보완해나갈 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공정위는 카카오 사태 직후인 지난달 21일 플랫폼 규제 강화 차원에서 연내 심사지침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심사지침은 새로운 규제는 아니지만 공정위가 플랫폼을 겨냥해 공정거래법을 해석해,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자사우대’ ‘끼워팔기’ 등 4가지 불공정 경쟁 행위를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업계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플랫폼의 4가지 행위 자체가 아닌 그에 따른 부작용만을 규제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심사지침에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랫폼의 자사우대 정책 목적이 판단 기준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이호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외의 구글 규제 사례를 들며 “경쟁당국이 자사우대 행위를 인정하면서도 그 자체를 불공정 행위로 본 것이 아니고 불공정성에 대한 판단도 제각각인 만큼, 한국도 행위의 목적을 포함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수련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최혜대우 규제에 대해 비슷한 지적을 했다.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요구하는 최혜대우는 입점업체가 경쟁 플랫폼에 더 유리한 조건으로 상품을 공급하게 될 경우 자기 플랫폼에도 같은 조건을 적용토록 하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최혜대우는 플랫폼 간 담합 같은 반경쟁적 효과와 (입점) 브랜드 간 경쟁 촉진 같은 친경쟁적 효과 모두 존재할 수 있다”며 이 둘을 모두 고려해 최혜대우의 경쟁제한 효과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전상오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도 “위원회(공정위)에서 경쟁 제한성을 판단하면서 시장 점유율 증가 자체를 중요한 근거로 고려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점유율 증가 자체는 경쟁의 결과다”며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용호 공정위 시장감시총괄과장은 “경쟁제한 등 부당성을 판단할 구체적인 기준을 (공개된 심사지침 초안에) 적시하지 않았지만 관련 내용이 들어가 있다”며 “(전문가, 업계의) 합리적 의견은 전향적으로 수용하고 (기준을) 명확히 규정해서 오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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