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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우리편"…메디트 인수 놓고 '동상이몽' [시그널]

칼라일-KKR 2파전…유니슨, 12월 결정

3조원 거론 매각가 올 해 최대 M&A 딜

수장 없는 칼라일·낮은 가격 KKR 약점도

매각측도 "향후 성장성 높다" 여유만만





“우리는 급할 것 없습니다”

딜(deal) 가뭄이라는 올 해 남은 마지막 대어. 3차원 구강 스캐너 제조사인 메디트 매각의 두 당사자가 한 목소리로 하는 말입니다. 메디트를 팔려는 유니슨캐피탈이나 사려는 후보들 모두 시간이 갈수록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합니다. 급한 쪽이 불리하다는 생각에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칼라일과 GS(078930)그룹이 손잡은 칼라일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때만 해도 이변 없이 계약 체결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실탄이 두둑한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칼라일은 역시나 글로벌PEF인 콜버그크레비스로버츠(KKR)나 블랙스톤과의 경쟁이었기에 자금 조달 우려는 적었고, 칼라일의 인수 의지 또한 강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전략적투자자인 GS까지 합류한 터라 가장 완벽한 후보였죠.

하지만 독점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우선협상기간은 고작 일주일이었고, 양측은 합의하지 못한 채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제부터는 모든 인수 후보가 동등한 위치에서 각자 유니슨캐피탈에 조건을 제안하고 협의할 수 있습니다.

한 때 유니슨을 통해 메디슨에 투자한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은 혹여 이번 매각이 좌초하는 것은 아닐지 마음을 졸였다고 합니다. 6000억원대에 인수한 기업을 3조원 대에 팔겠다는 기대가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었죠. 이들은 2019년 투자할 때만 해도 많아야 1조 5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를 뛰어넘은 매각가가 지금처럼 돈줄이 말라버린 시장에서도 성공할지 기대반 의심반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물론 성과보수를 받을 유니슨캐피탈의 주요 파트너들이야 말로 눈앞에 다가온 잭팟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리 유명하지 않은 메디트에 3조원이나 되는 몸값이 거론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메디트는 치과에서 임플란트 등을 제작할 때 직접 본을 뜨지 않고 입안을 찍기 위해 사용하는 칫솔 모양의 스캐너를 만듭니다. 국내 치과에서 아직은 보편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는 않은 제품인데요.

오히려 그 점을 인수 후보들은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에서도 아직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지요. 헬스케어, 그 중에서도 치과 치료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값비싼 임플란트 치료의 기본인 구강 스캐너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뜨고 있죠. 메디트 매각 직전 글로벌 구강 스케너 기업들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면서, 덩달아 메디트의 몸값도 높아졌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출신들이 모여 만든 유니슨 역시 메디트 인수 후 직접 글로벌 전문가 50여명을 인터뷰한 후 메디트의 성장을 위한 경영 청사진을 마련했습니다. 결론은 마치 스마트폰의 성장처럼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점이었죠. 이들은 메디트의 소프트웨어 측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메디트는 환자와 치과, 치과기공소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의사 누구나 쉽게 기기를 사용하고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했죠. 매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무료로 제공하고 고객이 요구하는 기능도 추가하고 있습니다.

아직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메디트는 최고급 제품으로까지 인식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소프트웨어 기능을 탑재한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장점이 아무리 많은 기업이라도 매각을 할 때는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칩니다. 칼라일은 이규성 전 대표가 지난 8월 갑자기 물러난 점도 영향이 있다는 평가입니다. 칼라일 한국 투자를 총괄하는 김종현 매니징디렉터(전무)는 인수에 긍정적이지만, 아시아 투자 결정에 관여하는 중국계 인사들과 미국 본사의 관계자들은 상대적으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칼라일은 이 전 대표가 물러난 자리에 새 대표를 영입하는 중이라 아무래도 의사 결정이 더딜 수 밖에 없습니다.

KKR은 어떨까요. 한국계 조지프 배(배용범) 대표가 건재하다는 점에서는 칼라일보다 유리할 수 있겠죠. KKR은 입찰과정에서 다른 후보와 달리 외부에서 인수금융을 조달 받지 않고 직접 모든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고 합니다. KKR에 크레딧펀드 등 인수 금융을 조달할 수 있는 여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금리 인상으로 인수금융 조달 위험성이 커진 상황에서 KKR의 경쟁 우위 요소라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KKR은 칼라일보다 3000억원 가량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SK머티리얼즈 매각전에서 인수자로 내정되고도 계약 체결을 지연시켜 탈락한 사례가 있습니다. 2019년에도 KKR은 메디트 인수전에 나섰지만 의사 결정이 늦어지며 유니슨에 밀린 경험이 있습니다.

메디트는 올 해를 넘기지 않고 최종 인수자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니슨의 예상대로 3조원에 가까운 매각이 성사된다면 올 해 가장 큰 M&A 거래가 됩니다. 과연 누가 승자가 될 지 투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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