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금리정책이 소프트랜딩(연착륙)하면서 (부동산발 자금시장 불안) 문제가 확산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통화위원 다수가 최종금리를 지금보다 0.25%포인트 높은 3.5% 수준으로 보는 가운데 이 총재가 연착륙을 직접 언급하면서 사실상 내년 1분기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를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이 총재는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채권시장안정펀드 출자 기관에 2조 5000억 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뒤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부동산 관련 상품에 대해 과도하게 신뢰가 상실된 측면이 있다”며 “이번 조치로 연말까지 문제를 잘 해결하고 금리정책이 소프트랜딩하면서 문제가 확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내년 1분기 중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한 후 금리를 더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한은은 이번 RP 매입 조치가 기존의 통화 긴축 기조와 상충되지 않는다며 연말 자금 사정을 고려한 선제적이고 미시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비은행권의 신용 경색은 부동산 가격이 많이 떨어지면서 부동산 시장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면서 “다만 과거 평균보다 부도율이나 미분양 등이 낮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경기 부양을 위한 유동성 공급을 경계하면서 구조 개혁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정책 입안자들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국가 재정을 투입하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며 “그러나 이런 접근법들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처럼 출산율 저하 등 구조적 요인을 해소하지 못한 채 경기 부양책만 쏟아내는 것은 ‘대증요법’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일본의 많은 전문가가 고령화에 따른 경제문제를 거시경제 정책으로 해결하려 들었지만 이러한 정책은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고자 고안된 것이 아니다”라며 “(거시경제 정책은) 구조 개혁에 곁들이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도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만큼 여성의 노동 참여율 제고, 교육 시스템 개선, 외국인 노동자 활용 등 경제구조 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출산 문제는 이미 한국 경제에 ‘실질적인’ 타격을 입히기 시작했다”며 “경제구조 개혁은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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