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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디지털 한국의 '새로운 미래'

[한영일 IT부장]

'석유 없는 시대' 준비 사우디

700조 네옴시티 사업에 박차

IT강국 한국에 러브콜 잇따라

'디지털 수출'로 제2 오일머니

규제 최소화로 경쟁력 높일때





알라딘의 요술 램프,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신드바드의 모험.

어릴 적 이름만 들어도 설레던 아랍을 주무대로 한 모험 이야기이다. 일명 천일야화로 잘 알려진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설화들이다. 소설이 만들어진 6세기의 꿈 같은 이야기가 1500년이 지나 우리 눈앞에 현실로 펼쳐질지도 모르겠다. 중동의 패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네옴시티’를 통해서 말이다. 네옴시티는 사우디가 70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 서울보다 44배나 넓은 최첨단 신도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국가 경제를 석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사우디가 석유 없는 세상에 대비한 새로운 청사진을 내걸고 추진하고 있다.

말로만 들으면 그저 사막의 신기루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사업이 하나둘씩 구체화되는 형국이다. 실제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지난달 방한해 우리 정부 및 기업들과 26개의 사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무더기로 체결했다. 향후 추진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까지 포함하면 100조 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1970~1980년대에 사우디·리비아 등 대규모 건설 공사를 도맡아 달러를 축적해 경제 도약의 결정적 발판을 마련했다. 네옴시티가 본격화되면 우리 기업들 역시 대규모 ‘오일머니’를 끌어 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네옴시티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한국의 첨단 정보기술(IT)이 중동의 모래바람을 뚫고 신세계 건설에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과거 1차 오일머니가 건설 등 제조 중심이었다면 2차 오일머니는 각종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수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네이버가 올해 판교에 완공한 제2 사옥 ‘1784’다. 영국 산업혁명이 일어난 해를 기념해 새로운 혁명적인 시도를 하겠다는 의미로 이름 붙인 이 건물은 로봇시스템을 비롯, 각종 스마트 빌딩 기능을 장착해 사우디 정부 측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네이버 측은 얼마 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직접 사우디 정부를 방문했고 이후 빈 살만 왕세자 방한 때는 사우디 정부 측이 네이버 신사옥을 직접 찾는 등 양측의 교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스마트시티 역시 사우디 측이 눈독을 들이는 분야다. 사우디의 도시농촌주택부 장관은 얼마 전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LG CNS의 스마트시티 역량을 두눈으로 확인했다.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시티 플랫폼 ‘시티허브’와 함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디지털 전환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시티 서비스와 솔루션을 네옴시티에 적용할 것을 타진했다. 스마트시티 분야는 이미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했을 때 양국 간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5세대(5G) 기술과 함께 메타버스,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국내의 디지털 기술들도 덩달아 네옴시티 수혜주로 분류돼 몸값을 한껏 높이고 있다.

네옴(NEOM)은 ‘새로운’을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어 접두사 Neo와 ‘미래’를 뜻하는 아랍어 단어(Mustaqbal) 첫 글자를 가져와 만든 합성어다. 즉 새로운 미래라는 뜻이다.

석유 경제를 통해 거대한 부를 쌓은 사우디 정부가 앞으로 ‘석유 없는 세상’ 속에서 낙타 타던 시절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네옴시티가 디지털경제에 목숨을 건 한국에도 ‘새로운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윤석열 정부는 들어서자마자 ‘디지털 정부’를 공언했다. 민간 중심의 경제구조도 약속했다. 과거 어느 정권보다 민간 중심의 디지털 산업 활성화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규제다. 최근 카카오 먹톡 사태에서도 경험했듯 조그마한 사고라도 일어나면 각종 규제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분위기에 편승한 포퓰리즘적 규제는 산업에 보약이 아니라 독초일 뿐이다. 한국 IT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규제의 최소화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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