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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에 면역항암제 '임핀지' 함께 쓰면…담도암 사망 위험 20% 낮춘다

담도암, 초기증상 없어 조기발견 어려워

5년 생존율 29%, 췌장암 다음 낮아

환자 증가세로 20년새 2배이상 ↑

면역항암제 '임핀지' 병용 요법

기존 항암치료보다 생존기간 늘어

수술 불가능 환자 1차치료로 허가





# 60대 김모씨는 최근 지인들로부터 “얼굴 빛이 노랗게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별 걱정을 하지 않고 병원을 찾은 김 씨는 담도암이 의심된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몇 달전부터 황달과 함께 피곤함과 가려움증이 생기고 식욕이 예전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계절변화 탓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김씨. 주치의는 "담도암으로 인해 발생하는 황달은 종양이 간에서 분비된 담즙을 십이지장까지 운반하는 통로인 담도를 막아 발생한다"며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밀검사 예약을 잡아놓고 돌아온 김씨는 몇 년 전 담도암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던 먼 친척이 떠올라 심난하다.

◇ 조기 진단 어려운 담도암, 환자수 급증세…韓, 세계 발병률 2위


담도암은 담낭 내부를 둘러싸고 있는 상피세포에 발생하는 암이다. 발생 위치에 따라 간내 담도암, 간문부 담도암, 간외 담도암으로 분류한다. 일반적으로는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배출되는 통로 역할을 하는 담관과 담즙을 일차적으로 저장하는 장소인 담낭에 생긴 악성 종양을 담도암이라고 통칭한다.

최근 국내 담도암 환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담낭 및 기타 담도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7383명이다. 1999년 3047명과 비교하면 20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미국소화기학회(AGA)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한국의 담도암 발생률은 전 세계 2위 수준까지 치솟았다. 2019년에 발생한 국내 암환자 25만 4718명 중 담도암 환자가 2.9%를 차지해 암 발생 순위 9위에 올랐다.

담도암은 조기 발견이 어려운 대표적인 암이다.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다가 건강검진이나 다른 증상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우연히 진단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식 수준이 낮은 탓에 간세포암, 원발 부위 미상의 암으로 잘못 진단돼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발견이 늦어지면 당연히 예후도 좋지 않다.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2015-2019년에 진단받은 담도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28.5%에 그쳤다. 5년 생존율은 암환자가 일반인과 비교해 5년간 생존할 확률이다. 1993-1995년(18.7%)과 비교하면 9.8%포인트 올랐지만 주요 암종 중 가장 생존율이 낮은 췌장암(13.9%)에 이어 두 번째로 생존율이 낮다.

유창훈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담도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유창훈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담도암은 질환 특성상 진단 당시 수술이 가능한 상태로 발견되는 환자가 약 20~30%에 불과하다"며 "수술이 가능한 경우에도 60~70%의 환자가 재발을 경험하고 원격 전이가 일어나 장기 생존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프로레슬링의 대부로 불리는 이왕표 한국 프로레슬링연맹 대표도 2018년 담도암 3기 판정 후 수술까지 받았지만 재발로 안타깝게 사망했다.

◇ 10년만에 사망률 낮춘 新치료 등장…면역항암 병용하니 생존율 2배↑


담도암 환자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소는 종양의 자체의 크기 보다 종양의 위치와 주요 혈관이나 간내 담도 또는 주위 장기로의 침범 여부다. 담도와 혈관계의 해부학적 구조가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수술 이후 재발 시 항암치료도 중요하다. 지난 10년 간 수술이 불가능한 담도암 환자의 1차치료로는 젬시타빈과 시스플라틴을 병용하는 항암화학요법이 주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암세포 뿐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공격하는 세포독성항암제의 특성상 백혈구 감소·탈모·구토·설사·체중감소 등 부작용이 심했다.

최근에는 10년 만에 담도암 환자의 사망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춘 새로운 치료방법이 등장했다. 17개국 700여 명의 진행성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TOPAZ-1 임상 3상 결과 기존 항암화학요법에 면역항암제 '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를 병용했을 때 항암화학요법만 진행한 경우보다 대비 사망 위험을 20% 낮추고, 전체 생존기간을 연장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시점에 집계한 임핀지 병용투여군의 생존율은 25%로 항암화학요법만 받은 환자군(10%)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면역관문억제제의 작용 기전. 사진 제공=약학정보원


임핀지는 이같은 임상 결과로 미 식품의약국(FDA)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임핀지는 암세포에 발현된 PD-L1 단백질을 탐지해 암세포의 면역회피기전을 억제하고 체내 면역 시스템이 암세포를 죽이도록 유도하는 면역관문억제제다. 그간 폐암 치료에 쓰였는데 오도연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의 제안으로 시행된 다국가 임상을 통해 담도암 분야로 활용 분야가 넓어졌다. 한국·태국·일본·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인이 연구 참여자의 약 55%를 차지해 국내 환자들에게 더욱 의미가 더욱 크다는 게 학계의 평가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도 수술이 불가능한 전이성 담도암 환자의 1차치료로 기존 항암화학요법에 더발루맙을 병용하도록 권고했다. 유 교수는 “지난 10년간 세포독성항암제와 방사선치료 외에 대안이 없던 담도암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가족력이나 담즙에 문제가 있다면 담도암 조기 발견을 위해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필수"라며 “간내 담석증·담관낭종·췌담관 합류이상 같은 선천성 기형이나 궤양성 대장염·원발성 경화성 담도염 등을 적절하게 치료하는 것도 담도암을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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