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법부가 반(反)정부 시위에 참여한 남성을 공개 처형했다. 앞서 8일 히잡 시위 참가자에 대해 첫 사형을 집행한 지 나흘 만이다.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를 계기로 촉발된 시위가 3개월 가까이 이어지자 공포정치의 수위를 높이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사형 집행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은 곧장 대(對)이란 추가 제재를 공식화했다.
1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사법부는 이날 반정부 시위에 참여해 사형 선고를 받은 23세 남성 마지드레자 라흐나바드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고 발표했다. 사법당국 산하의 미잔 통신은 손발이 모두 묶이고 머리에 검은 천이 씌워진 채 크레인에 매달려 있는 라흐나바드의 사진을 공개했다. 라흐나바드는 지난달 17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동쪽으로 700여㎞ 떨어진 마슈하드에서 반정부 시위에 참여해 보안군 2명을 흉기로 살해하고 4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사법부는 그가 ‘모하레베(이슬람을 부정하는 죄)’를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 관련 사형이 집행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달 8일에 20대 남성 모센 셰카리가 모하레베 혐의로 사형됐다. 다만 셰카리와 달리 라흐나바드가 공공장소에서 공개적으로 교수형에 처해진 만큼 이란 당국이 시위대를 향해 더욱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반정부 시위대 21명이 이미 사형 선고를 받고 집행을 기다리고 있다.
국제사회도 이란 정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EU 외교이사회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이란인 24명, 기관 5곳에 대해 추가 제재를 결정했다. 제재 대상에는 시위 강제 진압 등 이란 내 인권 침해와 연루된 이들 외에 이란 국영 IRIB 방송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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