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이 장애인의 집회·시위 현장에서 장애인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장애인의 집회·시위를 통제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부상 위험이 커질 수 있으므로 공권력 사용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3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는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인해 집회·시위를 벌이는 장애인이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A경찰청장에게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소속 경찰관들을 상대로 인권교육을 실시하라고 지난 6일 권고했다.
B씨는 지난해 11월 17일 장애인 교육권 완전 보장을 위한 집회·시위를 벌이던 중 경찰의 통제로 인해 전동휠체어가 뒤로 넘어지면서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부상을 당했다.
경찰은 당시 B씨가 행진 대열 한복판에서 보호장구 없이 연막탄을 터뜨린 채 손에 들고 있던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와 집회 참가자, 경찰관, 일반시민 등을 보호하기 위해 신체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고 최소한의 접촉으로 연막탄만 회수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B씨가 넘어진 사실을 연막탄이 소화된 뒤에야 인지했으며, 고의 또는 과잉대응을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경찰이 위험 발생 방지 등을 규정한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B씨로부터 미신고 시위 물품인 연막탄을 회수한 행위는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연막탄 회수는 신체의 자유를 최소한으로 침해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장애인의 집회·시위 등은 사고 발생 시 부상 위험이 커지는 등 신체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어 공권력을 더욱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사건 발생 당시 동영상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B씨에게 사전 예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갑자기 연막탄을 회수했다. 그 과정에서 무방비 상태로 균형을 잃은 B씨가 수동휠체어와 함께 뒤로 넘어지면서 아스팔트에 머리가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이러한 행위가 경찰관으로서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보았다. 아울러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B씨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인권위는 “경찰의 행위가 일회적이고 고의성은 없는 것으로 보여 유사한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해 상급기관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면서 “A경찰청장에게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소속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