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가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전세·신용대출 금리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금융 당국이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줄 것을 금융권에 압박하면서 은행들이 준거금리 상승세와 다르게 금리를 내리는 것으로 보인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금리는 6.063~7.25%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코픽스가 발표된 직후인 16일(6.108~7.34%)보다 하단은 0.045%포인트, 상단은 0.09%포인트 내렸다. 은행별로 KB국민은행은 6.37~7.27%로 상하단 모두 0.07%포인트 인하됐고 신한은행은 6.21~7.11%로 0.04%포인트, 하나은행은 6.063~6.663%로 0.045%포인트, 우리은행은 6.25~7.25%로 0.03%포인트 내렸다.
전세대출금리는 소폭 하락하고 있다. 같은 기간 4대 은행 전세대출금리는 5.16~7.69%에서 5.14~7.69%로 하단이 다소 인하됐다. 신한은행이 5.10~6.10%로 상·하단을 같은 기간 0.4%포인트 인하했고 하나은행도 5.794~6.394%로 0.019%포인트 내렸다.
특이한 점은 이들 신용대출과 전세대출금리의 준거금리로 사용되는 코픽스가 최근 역대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음에도 오히려 은행들은 금리를 낮추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1월 코픽스는 4.34%로 전월보다 0.36%포인트 올랐다. 코픽스 공시 이후 처음으로 4%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업계에서는 금융 당국이 서민 이자 부담 경감을 목적으로 금융권에 대출금리 인하 압박을 계속하자 이자 변동에 더 민감한 전세·신용대출 금리를 선제적으로 내리고 있는 것으로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이나 전세대출은 서민들의 이용이 많아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 부담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며 “코픽스는 올랐지만 가산금리 등을 낮추는 방법으로 인상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내부에서도 대출금리 전망이 상반된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내년 초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대출금리 역시 소폭이라도 오를 것으로 보는 반면 내년 상반기 중 기준금리 ‘정점’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의 금리 인상 억제 압박이 지속되면서 현재 수준이 유지되거나 소폭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대출금리가 더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은행의 공식적인 입장은 여전히 금리 상승 우려가 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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