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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중국식 계산법

국제부 김지희 기자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엔데믹을 목전에 두고 또다시 중국을 덮쳤다. 유행 초기 감염자 통계 기준을 갑작스럽게 바꾸며 통계 조작 논란에 휩싸인 중국은 이번에도 ‘중국식 계산법’을 꺼내들었다. 3년 가까이 고집해온 강력한 방역 정책을 등 떠밀리듯 뒤엎은 후 감염자가 급증하자 중국은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중단한 데 이어 확진자의 10배가 넘는 무증상자를 통계 발표에서 제외하며 숫자 줄이기에 몰두했다. 논란이 커지자 급기야는 일일 확진자 통계 발표를 아예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단순히 중국이 통계 집계를 포기했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은 이 조치로 정보를 통제해 국제사회의 눈을 가리려 한다는 그간의 어렴풋한 의심에 확신을 심어 줬다. 국제사회는 이번 일을 계기로 중국 당국의 정치적 의도에 따라 ‘제로 코로나’와 ‘위드 코로나’라는 상반되는 정책이 정당화되는 일련의 과정을 거의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이 모든 과정에 수치와 과학은 배제됐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에 시종일관 과학적이고 정확하게 대응해왔다는 방역 당국의 항변은 중국을 향한 불신에 기름을 부을 뿐이었다. 이제 전 세계는 중국에서만 코로나19가 유행하던 팬데믹 초기보다 더 불안한 시선으로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 중국이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제로 코로나 정책인 국경 봉쇄를 해제하자 일본 등 주요국은 “중국 정부의 정보를 못 믿겠다”며 빗장을 걸어 잠그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는 ‘불확실성의 나라’ 중국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값싼 노동력, 거대한 내수 시장이라는 강점은 지도자가 잘못된 길을 갈 때 아무도 막을 수 없는 권위주의 체제의 치명적인 한계 앞에 희석되고 있다. 대신 중국보다 경제 규모는 작지만 정책적 투명성이 높은 인도·베트남·태국 등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애플이 아이폰·맥북 등 주력 제품 생산의 무게중심을 다른 나라로 옮기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며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중국의 2030 세대가 늘고 있다는 사실은 내부의 민심도 외부의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세계 최강대국이 되겠다는 ‘중국몽(中國夢)’을 믿는 것은 이제 중국 정부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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