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표 교체하다가 지문 지워질 뻔했다.” “이번 매가 변경은 역대급으로 많았다.”
2023년 각종 소비재 가격 인상과 체감 물가 상승이 예고된 가운데 고물가의 무게를 새해 벽두부터 ‘몸으로’ 체감한 사람들이 있다. 새해부터 적용되는 개별 상품 가격 인상분을 반영해 매대에 붙은 가격표를 일일이 교체한 편의점주들이 주인공이다. 지난해 원자재 값 상승 여파를 반영해 주요 식품업체들이 올 1월 1일부터 잇따라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교체해야 할 가격표 양이 예년 대비 3~4배는 늘어난 탓이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편의점들은 2023년 1월 1일 자정을 기해 가격 관련 전산 및 포스(계산대)를 업데이트하고, 점포 별로 최신 가격을 반영해 매대 가격표를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통상 매월 1일 ‘매가’라 불리는 판매가격의 변동 내용이 반영된 가격표 교체가 10~20건 수준으로 이뤄지는데, 연초에는 이보다 많은 세자릿수 수준의 품목이 새 가격표를 입는다. 2년 전부터 1월 1일 자로 바꿔야 할 가격표가 크게 늘었는데, 올해는 그 수도 많고, 변동(인상) 폭마저 컸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코카콜라의 경우 편의점에서 파는 캔(350㎖) 제품 가격이 종전 1900원에서 2000원으로 100원 올랐다. 코카콜라 페트병(1.5ℓ) 가격도 기존 3800원에서 3900원으로 인상됐다. 해태제과는 고향만두(415g)를 4800원에서 5300원으로 10.4% 올렸고, 편의점 대표 간식 메뉴인 훈제란·반숙란·소시지·핫바 등도 가격이 뛰었다. 한 대형 편의점의 경우 올해 값이 올라 매대 표를 바꿔야 하는 품목이 지난해 1월 대비 100여 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다 보니 편의점주들이 많이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상품 조회해서 분류하는 데만 30분 넘게 걸렸다’, ‘2~3시간 동안 가격표를 갈아 끼웠다’ 등 고충을 토로하는 글이 잇따랐다.
이들이 걱정하는 건 고된 작업보다 너무 오른 가격이다. 도시락, 주류 등 편의점 전략 상품이나 ‘1+1’이나 ‘2+1’ 같은 특별 행사가 아닌 이상 최근 주요 품목의 가격은 편의점 구매의 매력으로 어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저렴한 캔커피’의 대명사 레쓰비 마일드(200㎖)도 기존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오른 가운데 2900원이던 ‘바리스타룰스’ 바닐라빈라떼(325㎖)는 올해 앞자리를 ‘3’(3200원)으로 바꿨다. 유제품 음료 2개를 사면 5000원이 훌쩍 넘는 탓에 ‘차라리 커피 전문점에 가겠다’는 고객과 ‘저가 커피점에 가는 게 낫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유통사들은 자체 브랜드(PB)를 비롯한 차별화 상품을 출시하며 가격 인상에 대응해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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