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으로 적립되는 월급의 일부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보험설계자와 택배기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지역 가입자에서 사업장 가입자로 바꿔 보험료 납부 부담을 절반으로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민연금공단은 10일 ‘사회·경제적 환경의 변화에 따른 공적연금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의 국민연금 전문가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최영준 연세대 교수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올리기 위해서 퇴직금 기여금의 일부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전환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며 “가령 월급의 4.3%는 퇴직금으로, 4%는 국민연금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는 월 소득의 9%로 노사가 각각 4.5%씩 부담한다. 이와 별도로 사측은 월급의 8.3%를 근로자 퇴직금으로 적립한다. 예를 들어 월 100만 원을 버는 근로자가 있다면 국민연금 보험료로 9만 원(노사 각각 4만 5000원씩)을 부담하고, 회사는 퇴직금으로 8만 3000원을 적립한다.
최 교수의 제언대로 월 소득의 4%(4만 원)를 퇴직금에서 국민연금 보험료로 돌릴 경우 연금 보험료는 13만 원이 돼 노사의 추가 부담 없이 보험료율이 13%로 올라가는 효과가 난다.
최 교수는 “기술 혁신, 디지털 전환 등으로 고용 유인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높여 비용 부담을 키우면 어느 회사가 고용을 늘리려고 하겠느냐”며 “(퇴직금 일부 전환 방안은) 연금 개혁 핵심 이해관계자 중 하나인 고용주가 수용할 만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방안은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자기 퇴직금이 줄어들면서 연금이 늘어나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구조여서 수용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위원장인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도 2019년 비슷한 주장을 한 바 있으나 결국 도입에는 실패했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특고 종사자의 국민연금 납부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문현경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20년 말 국민연금에 가입한 특고 종사자의 50.9%는 지역 가입자”라며 “특고 종사자 절반이 노사가 보험료를 반반씩 부담하는 사업장 가입자와 달리 보험료를 100% 자부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고 종사자는 명목상 자영업자이지만 근로자와 같이 종속성을 가지는 특성을 고려해 이들을 지역 가입자가 아닌 사업장 가입자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독일과 이탈리아는 특고 종사자라도 소득의 75% 이상이 한 고용주에게서 나오면 근로자로 분류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문 부연구위원은 점점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특고 종사자를 앞으로도 유연하게 포괄하기 위해서는 세부 직종이 아닌 ‘임금근로자인 특고종사자’ ‘비임금근로자인 특고종사자’ 등 한층 폭넓은 속성에 따라 단계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이스란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국민연금은 변화하는 노동시장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다양화하는 노동시장에서의 국민연금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연금 개혁 과정에서 함께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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