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증시 불황에도 지난해 하반기에 현대일렉트릭(267260)·삼양식품(003230)·덴티움(145720) 등의 지분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주들이 어닝쇼크로 고전하는 가운데 실적 개선세를 투자 근거로 삼은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부터 12월 말 사이 국민연금 지분율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종목은 현대일렉트릭이다. 국민연금은 6개월 사이에 현대일렉트릭을 사들이며 지분율을 8.17%에서 12.36%까지 4.19%포인트 끌어올렸다.
HD현대(267250)(현대중공업그룹)의 전력 설비업 계열사인 현대일렉트릭은 해외 매출 성장세가 돋보이는 기업이다. 북미 지역에서 해상풍력발전 및 친환경 전력 기기에 대한 수요가 잇따르며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중동 국가들도 전력 발전설비 발주를 확대하며 호황을 맞고 있다. 현대일렉트릭은 올해 수주 목표를 19억 4800만 달러로 제시했다. 지난해 초 연간 목표치였던 18억 2600만 달러보다 6.68% 큰 규모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030210) 연구원은 “북미의 경우 본사에서도 지난해부터 북미향 수주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사업을 계속해나가고 있다”며 “탈원전 철회 기대 심리 등으로 절반 이상의 매출을 보이는 국내 사업은 경기 침체에 반해 양호하며 선박 역시 내년에도 이어진 현대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수주 호황과 2025년까지 계속될 건조량 증가로 수주와 매출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단기로도 최근 한국전력과 관련한 2000억 원 수주, GE와의 해상풍력 파트너십 모멘텀 발생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삼양식품 지분율도 6.27%에서 10.12%로 3.85%포인트 늘렸다. 전 세계적인 ‘불닭볶음면’ 열풍이 이끄는 고성장세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삼양식품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240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 영업익 추정치(998억 원) 대비 24.25% 늘어난다는 전망이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는 국내 주식 유망 종목 중 하나로 삼양식품을 꼽았다. 대신증권은 “압도적인 수출 성장세로 전년 대비 수익성 개선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며 “지난해 2분기 준공된 밀양 신공장을 중심으로 영업력 및 생산 효율성이 증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한유화(006650)와 덴티움 역시 사들였다. 대한유화는 7.09%에서 10.42%로 3.33%포인트, 덴티움은 5.24%에서 8.36%로 3.12%포인트 늘렸다. 중국의 리오프닝(경기 재개) 혜택을 볼 것이라는 전망에 매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면 화학 업황이 개선되고 치과 진료 수요가 회복해 이들 기업의 실적이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한유화의 올해 영업이익은 750억 원으로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측된다. 덴티움도 1528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전년 대비 22.53%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국내 증시가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실적 개선세에 집중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 공포가 확산하고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고(高)’ 현상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설명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은 증시 하락장을 맞이해도 주가 흐름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에 대한 비중을 확대했다”며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조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 종목의 주가는 지난해 큰 폭으로 상승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불확실성으로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현대일렉트릭을 이번 주 최선호주 종목에서 제외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현대일렉트릭의 수요 증가 기대감은 유효하나 지수 수익률을 상회하는 주가수익률이 순환매 양상에서 조정받을 가능성을 고려해 모니터링 목록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113.56%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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