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인도네시아에 은행을 설립하고 글로벌 디지털뱅크 진출의 첫발을 뗀다. 세계 4위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는 디지털뱅킹 시장의 잠재력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현지 은행들 사이에서도 이미 치열한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카카오뱅크가 인도네시아에서 ‘메기’ 역할을 넘어 시장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현재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들과 접촉해 단독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현지 은행 2곳을 인수한 뒤 합병해 법인 설립 인가를 받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뱅크는 디지털뱅킹 플랫폼을 갖춘 은행을 중심으로 인수 대상을 물색 및 협의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해외 진출은 상장 전부터 추진된 윤호영 대표의 중점 사업이다. 앞서 2021년 기업공개(IPO) 당시 조달한 자금 중 500억 원을 2023년 해외 진출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 대표는 지난해 2월 기자 간담회에서 “카카오뱅크의 비대면 모바일 기술은 해외 진출에 가장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진출 국가와 형태가 윤곽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상반기 전략기획팀 글로벌사업 담당을 채용할 때 ‘동남아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분’을 우대 조건으로 내거는 등 ‘동남아 스터디’에 들어갔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싱가포르 등도 방문해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왔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가 카카오뱅크 글로벌 진출의 발판으로 선택된 것은 이 나라 금융시장의 잠재력 때문이다. 인구가 2억 7753만 명인 인도네시아는 중위 연령이 29.7세에 불과하다. 2021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한국(10위)보다 낮은 16위지만 영국 싱크탱크인 경제경영연구소(CEBR)는 2036년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 한국을 제외하고 인도네시아를 포함했다. 다만 치열한 시장 경쟁은 리스크 요인이다. 인도네시아에 이미 진출한 국내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명확한 파트너십 없이는 바로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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