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양강 체제로 흘러가면서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싸움이 팽팽한 가운데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하던 표심 확보, 유승민 전 의원의 등판, 투표율 등에 따라 후보 간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나 전 의원을 지지하던 표심은 승부를 가를 최대 변수다. 불출마 직전 지지율이 15% 이상을 기록했고 전통 지지층과 윤핵관에 대한 반발 표심을 모두 담고 있어 당권 주자들은 해당 표심 잡기에 전력투구하는 분위기다.
①羅 지지율 끌어안기=현재로서는 안 의원이 나 전 의원 불출마의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의 의뢰로 25~26일 전국 성인 1009명 중 국민의힘 지지층 422명을 상대로 차기 당 대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1위와 2위를 김 의원(40.0%), 안 의원(33.9%)이 차지했다. 직전 조사(19일 발표)보다 안 의원은 16.7%포인트 상승하고 김 의원은 0.3%포인트 하락했다. 리얼미터 측은 “나 전 의원 지지층이 안 의원에게 좀 더 간 것 같다”고 추정했다.
초반 수혜는 안 의원에게 쏠렸지만 효과가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의원의 전략이 거칠어 반사이익은 일단 안 의원에게 갔다”면서도 “실제 선거에서 조직력을 무시하지 못하는데 이는 김 의원이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②‘보름째 침묵’ 유승민의 선택=유 전 의원의 출마도 역학 구도에 변화를 부를 변수다. 후보 등록일(2월 2~3일)까지 일주일이 채 남지 않았지만 유 전 의원은 12일부터 잠행 중이다. 유 전 의원의 한 측근은 “출마 가능성은 반반”이라며 “늦어도 31일에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의 등판이 불러올 파장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우선 김 의원에게는 호재라는 시각이 있다. 안 의원에게 쏠렸던 비윤계의 표심을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의원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지지층이 확고한 유승민 팬층이 투표장에 소환돼 투표 참여자가 많아지면 1차 선거에서 마침표를 찍으려는 김 의원의 구상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결선투표가 불가피한데 양자 대결 시 안 의원이 우위를 점하는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③투표율과 ‘황교안’의 저력=투표율은 최종 승자를 좌우할 변수다.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 투표율이 역대 최고인 45%를 기록했지만 최근 흥행 열기가 식으면서 투표율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조직력이 강한 김 의원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표율이 낮아지면 황교안 전 대표의 존재감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황 전 대표는 꾸준히 4% 안팎(4~5위권)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본선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황 전 대표는 태극기부대로 대표되는 강성 지지층에서 콘크리트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데 전통 당원층을 소구하고 있는 김 의원의 지지층과 일정 부분 겹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결선투표에서 황 전 대표는 김 의원 쪽과 손을 잡을 것”이라면서도 “황 전 대표의 지지층은 반드시 투표하는 세력이다. 투표율이 낮을수록 1차 투표에서 영향력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리얼미터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국민의힘 지지층 ±4.8%포인트)다. 이번 조사는 무선 90%, 유선 10% 자동응답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3.2%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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