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미국에서 전기차 가격을 최대 20% 인하한 데 이어 파격적인 리스 요금을 내놓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쏘아올린 치킨게임이 리스 시장까지 번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발효 이후 리스 비중을 확대해 북미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려는 현대차(005380)그룹의 계획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월 399달러(약 49만 원) 상당의 모델3 리스 상품을 지난달 말 출시했다. 모델3 후륜구동(RWD)을 리스로 주문하면 매달 399달러만 내도 3년간 차를 이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미국 신차 판매 시장에 이어 리스 시장에서도 본격적인 치킨게임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테슬라는 모델Y 가격을 최대 20%까지 내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모델3 RWD·롱레인지, 모델Y 롱레인지 등 주력 차종의 가격을 IRA의 세액공제 혜택 지급 기준에 맞췄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5만 5000달러 이하의 현지 생산 전기 승용차에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테슬라의 모델3 리스 요금은 현대차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월 639달러·미국 공식 홈페이지 기준)보다 약 60% 저렴하다. 현지 렌털 업체들은 이보다 더 비싼 가격에 아이오닉5 리스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테슬라가 보급형 전기차 리스 상품을 저렴하게 선보이면서 현대차 등 경쟁사들의 리스 수요가 잠식당할 우려가 커진 셈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IRA에 대응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직 북미에 전기차 전용 공장이 없는 현대차·기아(000270)는 리스 등 상업용 전기차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전략을 세웠기 때문이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은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의 5% 미만이 리스”라며 “이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미 재무부가 발표한 전기차 세액공제 하위 규정에 따라 리스 등 상업용으로 판매되는 한국산 전기차는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렌터카·카셰어링 등 법인에 판매하는 플릿 방식을 통해 리스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에서 대량으로 전기차를 구매해줘야 리스 비중 확대가 가능하다”면서 “리스 수요가 탄탄하지 않으면 현대차그룹이 제값을 받고 판매하기가 어려워져 수익성 악화를 겪을 수 있다”고 전했다. 고금리 기조로 전반적인 리스 수요 자체가 둔화된 것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미국 신차 판매 중 리스 비중은 16%로 2009년 경기 침체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편 테슬라는 이날 한국 판매 가격을 인하했다. 지난달에 이어 올해 들어 이번이 벌써 두 번째다. 모델3 기본 트림 가격은 기존 6343만 원에서 5990만 원으로, 모델3 퍼포먼스는 8817만 원에서 7559만 원으로 각각 5.6%, 14.3% 내렸다. 모델Y 롱레인지는 기존 8499만 원에서 7789만 원으로, 모델Y 퍼포먼스는 9473만 원에서 8269만 원으로 각각 8.6%, 12.8% 떨어졌다. 이에 따라 테슬라 전기차는 전날 발표된 환경부 전기차 보조금 지급 요건에 따라 260만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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