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북한 지령에 따라 반정부 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과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제주에서 체포했다.
진보당 제주도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18일 오전 8시께 제주시 이도일동에 위치한 도당 사무실 이전 작업 도중 국정원과 경찰 관계자 10여명이 찾아왔고 이들은 당 관계자들과 1시간가량 대치하다 체포영장을 제시한 뒤 오전 9시 15분께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인 A 씨를 강제 연행했다. 이에 앞서 국정원은 오전 8시 15분께 제주국제공항에서 같은 혐의로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 B 씨를 체포했다.
국정원은 지난해 11월과 12월 이들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을 확보했다. 국정원은 이들이 제주를 중심으로 이적단체를 조직해 북의 지령을 받아 북한 체제를 찬양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수사 당국은 제주 지하조직 ‘ㅎㄱㅎ(한길회 초성 추정)’와 경남 창원·진주의 ‘자주통일 민중전위(자통)’ 등 간첩단 혐의 지하조직이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 김명성에게 지령을 받아 지난해 6·1 지방선거와 반정부 시위에 개입했다는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와 B 씨는 ㅎㄱㅎ 활동 과정에서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사상교육을 한 혐의도 받는다. 2019년 2월 제주에서 ‘북한 영화 상영식’을 열고 북한 영화 ‘우리 집 이야기’를 상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은 앞서 지난달 28일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 조직원 4명을 체포한 바 있다. 네 사람 중 1명은 ㅎㄱㅎ에서도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안당국은 자통이 창원을 거점으로 전국 단위로 활동하며 ㅎㄱㅎ와 한 몸처럼 움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도내 3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공안탄압 저지 민주주의 수호 제주지역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1시 국정원 제주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부는 진보단체 등을 공안몰이의 표적으로 삼아 마녀사냥 하듯 불법적으로 피의사실을 공표해 여론재판을 하고 있다"며 "2023년 벌어지고 있는 공안탄압은 비정상이며 반통일이며 반인권의 야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체포된 이들에 대한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하고, 공안탄압에 맞서 범도민 석방운동과 윤석열 정부 심판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