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8일 발사했다고 주장하는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미국 수도 워싱턴DC 등까지 사정권으로 둔 북한의 핵심 전략무기다. 북한은 발사 이튿날인 19일 한미의 행동을 주시하고 적대 행위라고 판단되면 ‘상응한 대응’ 원칙을 재확인한다고 밝혀 ‘강대강’ 대결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3월 한미연합훈련 실시 등의 일정을 고려하면 추가 무력시위는 상수이고 제 7차 핵실험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새해 벽두 초대형 방사포 1발을 쏜 지 48일 만이다.
이번 도발은 군사적 측면에서 볼 때 ‘화성-15형’ 성능 점검뿐만 아니라 유사시 핵 기습 공격을 가하기 위한 명령체계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점검하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조선통신은 “훈련은 사전 계획 없이 18일 새벽에 내려진 비상 화력 전투 대기 지시와 이날 오전 8시에 하달된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명령서에 의해 불의에 조직됐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명령 이후 9시간여 만에 ICBM을 발사했다는 것이다. 이번 발사한 ‘화성-15형’은 액체연료 추진 방식의 로켓엔진을 탑재한 미사일이다. 일반적으로 액체연료 추진 방식은 연료 주입 등의 준비 절차를 위해 적어도 하루 정도는 소요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명령이 떨어진 지 불과 9시간여 만에 ICBM을 쏴 통상적으로 24~48시간 걸리던 기존보다 발사 준비 시간을 앞당겼음을 시사했다. 이는 우리의 ‘킬체인(자위적 차원의 선제타격 작전)’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북한은 사전 탐지가 어렵고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는 고체연료 탑재 ICMB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앞으로 한미의 대응은 한층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발사는 최신형 탄도미사일인 ‘화성-17형’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성능을 시험하기 위한 발사가 아니라 ‘강대강’ 대결이라는 정치적 메시지 전달에 집중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앞서 신년 벽두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일종인 초대형 방사포(KN-25)를 동해상으로 발사한 바 있어 이번 ICBM 발사는 도발의 강도를 높여 긴장감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ICMB 발사는 남한을 제외하고 미국만 상대하겠다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의 전형으로 보인다. 실제로 19일 오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문에서 이런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김 부부장은 담화문에서 “여전히 남조선 것들을 상대할 의향이 없다”며 “우리에 대한 적대적인 것에 매사 상응하고 매우 강력한 압도적 대응을 실시할 것”이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북한은 그 동안 최우선 관심사가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중단에 있으며 체제 안전 문제는 한국이 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번 도발은 외견상 예정된 한미군사훈련 등을 겨냥한 것이지만 앞으로 고강도 도발의 신호탄을 쐈다고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발사는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경고와 함께 향후 위기 고조의 모든 책임을 한미에 전가하기 위한 수순”이라며 “앞으로 2~4월까지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한미는 22일 미국 펜타곤(국방부)에서 북한의 핵 도발을 가정한 확장 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을 시행하는 데 이어 다음 달 중순에는 대규모 한미연합 ‘자유의 방패(FS)’ 훈련을 10여 일 동안 실시할 예정이다. 뮌헨안보회의에 참석 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도 18일(현지 시간) “추가 도발을 하겠다는 의향을 분명히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의도는 미국을 겨냥한 ICBM 능력을 보여주는 데 있다”며 “앞으로 기술적 준비를 완료하면 미국 타격이 가능한 장거리 전력을 지속적으로 보여줄 것이고 경우에 따라 7차 핵실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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