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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마다 바뀌는 대통령때문? 반복되는 'KT 대표 잔혹사'[양철민의 아알못]

정권마다 KT 대표 선임관련 '낙하산 논란'

황창규 전 회장 제외하고는 모두 중도사임

윤진식 전 장관 등 OB들 '뜬금 출사표'

KT 주가 5% 급락..불확실성 커지며 시장도 외면

"정권 논공행상에 IT 경쟁력 후퇴" 비판 거세





‘공(功)이 있으면 상(賞) 주고, 능력이 있으면 자리를 줘라.’

고대부터 내려 온 인사(人事)의 ‘기본 철학’이다. 공이 있는 이에게 상을 주지 않으면 조직에 충성하지 않게되고, 능력이 있는 이에게 자리를 주지 않으면 인재가 떠나간다. 반면 공은 있지만 능력이 없는 이에게 자리를 줄 경우 조직은 도태된다. 앞선 인사 원칙이 인류가 국가를 형성한 후부터 일종의 ‘금언(金言)’처럼 전해져 온 이유다.

현행 대통령제는 공이 있는 이에게 ‘상’으로 ‘자리’를 준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인사의 기본 철학을 무시한다. 대통령 측은 당선에 공헌한 이들에게 사재를 털어 현물을 줄 수 없으니, 인사권을 활용해 자리를 주는 방식으로 논공행상을 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30년 넘게 ‘공기업 낙하산’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다.

실제 현 정부 대선캠프에서 활약했던 모 인사는 ‘석달 넘게 고생했으니 부처 산하기관 중 원하는 자리를 몇개 말해 달라. 윗선에 이야기해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는 말을 캠프 관계자에게 들었지만 거절했다는 일화를 기자에게 들려 준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포상이 없으면 대선캠프에 사람을 모을 수 없다며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5년마다 대통령이 바뀌는 한국의 선거 제도 자체를 탓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구현모 KT 대표가 연임 포기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서는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거세다. 구 대표는 23일 연임 의사를 포기한다며 자진 사임 형태를 취했지만, 정치권의 생리를 아는 이라면 그 누구도 구 대표의 결정이 본의라 믿지 않는다.

실제 KT에서는 2002년 민영화 이후 정권이 바뀔때 마다 대표가 갑작스레 퇴임하거나 연임을 포기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KT 내부 출신인 이용경·남중수 전 대표는 물론 이석채 전 KT 회장 또한 정권이 바뀐 후 검찰 수사 등 각종압박으로 중도 사임했다. ‘황의 법칙’으로 잘 알려진 삼성전자 사장 출신의 황창규 전 회장만이 연임 포함 6년의 임기를 채웠을 뿐이다.





무엇보다 구 대표 후임으로 거론되는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부분이 여럿이다. 국내 IT 산업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현재 가장 유력 후보로 분류되는 윤진식(77)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IT 관련 경력이 사실상 전무하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나 재정경제부 차관 등을 역임했다는 점에서 경제정책방향이나 세제 관련 기관의 수장으로 가는 것이 어울려 보이지만 KT 대표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며 세간의 눈총이 거세다. 77세라는 고령 또한 세간의 눈총을 키운다. 윤 전 장관만큼 이른바 ‘뜬금포’ 지원자로 분류되는 김종훈(71)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또한 IT 분야의 경력이 보이지 않는다.

또 다른 유력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KT 상무 출신 권은희(64) 전 새누리당 의원과 한국정보화진흥원장(NAI) 출신 김성태(69)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어느정도 전문성은 있지만 사실상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KT 대표 선임 문제와 관련해 당분간 ‘낙하산 논란’이 거세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장 반응은 부정적이다. KT 주가는 23일 1.55% 하락한데 이어 24일에는 5%에 가까운 하락율을 보이고 있다. 반면 또 다른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주가는 24일 기준 소폭 오름세를 기록했다. 시장이 통신 사업자 중 유독 KT의 미래를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KT 대표이사 잔혹사’는 차기는 물론 차차기 정권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KT의 최대 주주는 지분 10.74%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다. 정부가 KT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며 위세를 부릴 수 있는 배경이다.

반면 57.36%의 지분을 보유한 KT 소액주주의 의견은 언제나 그렇듯 ‘수소의견’일 뿐이다. 대통령실과 정치권은 KT 대표 선임 관련 세간의 비판에 언제나처럼 ‘마이동풍(馬耳東風 )’으로 대응중이다. KT는 오는 28일 면접 대상자를 선정하고 내달 7일 최종 대표 후보를 선출한다는 계획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연임 의지를 불태웠던 구 대표의 갑작스런 중도사임으로 KT 대표 재선임 과정에 정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이제는 기정사실화되는 모습”이라며 “특히 60대 이상의 전직 관료나 정치인 등 올드보이(OB)가 이번 KT 신임대표 후보에 대거 거론되며 통신업계는 물론 일반국민들의 볼멘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Stay Hungry, Stay Foolish(By 스티브 잡스)'. '양철민의 아알못'은 IT 분야를 5년 넘게 출입했지만 IT를 잘 알지 못한다 생각하며 매일매일 공부중인 기자가 연재하는 IT 콘텐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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