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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시급한 방사선기술 육성책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





방사선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인식은 과학적 사실과는 관계없이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방사선은 우리 생활 속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친근한 대상이다. 물질을 투과하거나 변화시키는 특성을 갖고 있는 방사선은 엑스선(X선) 발생 장치, 컴퓨터단층촬영(CT), 양전자단층촬영(PET) 등의 기기를 통해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물체의 결함을 찾아내는 비파괴 검사나 공항과 항만에서의 보안 검색에도 방사선의 높은 투과력이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전통적인 활용 외에도 방사선 신기술은 다양한 보건·산업 분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방사선은 물질과 만났을 때 활성산소와 같은 ‘라디칼(radical)’을 만들어낸다. 라디칼은 반응성이 높아 물질의 구조와 성질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런 라디칼을 적절히 제어하고 안전하게 활용하면 수술 용품이나 공중 보건 제품을 멸균하거나 암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다. 물질의 특성을 변화시키는 방사선의 특징을 잘 이용하면 불에 잘 타지 않는 내열성 전선이나 오래 가는 내마모성 타이어도 만들 수 있다. 연구용 원자로에서 만들어지는 중성자는 반도체나 배터리의 내부 구조를 면밀히 관측해 개선시키는 데 아주 유용하다.



최근의 방사선 기술은 정보통신(IT), 생명공학(BT), 나노기술(NT) 등 다른 산업 분야의 기술과 융합하며 발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방사선 기술은 산업 전반에서 ‘대체 불가 방사선 강점 기술(Non-Fungible Radiation Technology·NFRT)’로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NFRT는 방사선의 고유한 특성들을 극대화시키는 기술이다. 방사선에서 발생되는 활성산소를 이용한 방사선 개량 신약 기술, 전고체 배터리에 사용되는 열화 공정을 대신하는 방사선 고화 기술, 양성자 및 전자를 이용하는 반도체 리포밍 기술이 이에 해당한다. 국방 분야에서는 워리어 플랫폼에 사용할 수 있는 방사선 시각화 기술과 지뢰 탐지 기술이 있다. 나아가 내방사선 반도체 회로 설계, 악취 제거에도 NFRT가 활용된다.

우리나라 방사선 기술의 국제적 위상은 대단하다. 지난해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첨단방사선연구소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공식 협력 센터로 3회 연속 지정됐다. 이를 통해 환경, 생명공학, 소재 산업 등 우리가 보유한 다양한 방사선 기술을 IAEA 회원국들에 교육·훈련하고 있다. 특히 IAEA에서 원자력 및 방사선 기술을 활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동물 매개 병원체를 감시·추적하겠다는 ‘조디악(ZODIAC·동물원성 감염병 대응 통합 대응 사업) 프로젝트’에 중요 파트너 국가로 참여하고 있다.

국제 경쟁력이 한껏 높아진 우리나라 방사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체 불가 방사선 강점 기술을 적극 개발하면 국민 건강과 생활 편익을 한층 증진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방사선 산업을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울 수 있다. ‘원앤온리(one&only)’ 방사선 기술 개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육성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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