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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위태로운 경제, 지겨운 정치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다. 자산 규모가 미국 16위로 예치금만 232조 원에 달하지만 하루 새 56조 원의 뱅크런(대량 인출 사태)을 이기지 못했다. 이틀 후 예치금이 117조 원에 달하는 시그니처은행도 연쇄적으로 문을 닫았다. 미국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두 은행의 예금자 자산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연금은 SVB그룹에 투자해 약 300억 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가계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제2금융권의 재무건정성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데 이에 더해 미국 은행의 파산으로 놀란 예금주가 안전한 은행으로 예금을 옮기려는 조짐도 있다.

지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SVB와 유사한 소규모 특화은행을 설립해 은행의 과점 구조를 바꾸려는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비판한 바 있는데 현재 상황에 맞는 정책인지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이런 위태로운 경제 상황을 지혜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치는 무엇을 하고 있나. 지역에서 만나는 유권자들은 중앙 정치가 ‘아주 지겹다’고 한다. 우리 경제가 백척간두에 놓여 있는데 정치권은 야당 대표에 대한 수사나 체포영장을 두고 방탄이니 탄압이니 이런 싸움만 계속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검찰 수사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19개월째 계속되고 있고 방송에서도 이런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이런 상황은 답답하기만 하다.



검찰은 언제까지 수사를 계속할 것인가. 헌법이나 어느 법률에도 검찰이 언제까지, 어느 범위까지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체포동의안을 몇 번 제출할 수 있는지, 언제까지 다시 제출해야 하는지도 오직 검찰에 맡겨져 있다. 아무리 지겨워도 막이 내릴 때까지 볼 수밖에 없는 검찰 수사극은 더 자극적인 내용으로 시즌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그만 검찰도 지겨운 수사극을 멈추고 ‘재판받을 권리’를 허하라. 검찰의 주장대로 ‘실체적 진실’이 이미 다 밝혀졌다면 신속하게 기소를 해서 법원이 객관적인 증거로 유·무죄를 판단하게 하면 될 일이다. 그만큼 했는데도 더 할 수사가 남았다면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재판은 개인을 위한 일이 아니라 언론을 통한 검찰 수사 중계방송에 지친 국민들에게 법원의 공판 절차를 통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또 정치가 수사를 넘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은 2월 경제위기대응센터를 출범하고 당 대표실에 상황판을 설치했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경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SVB 파산으로 인한 국내 경제지표의 변화도 상황판을 통해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그런데 2월 말 검찰이 국회로 체포동의안을 던져 갈등을 키우면서 동력이 잘 붙지 않는 상황이다.

정치적 유불리만 셈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먼저 생각한다면 검찰과 정치가 각자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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